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후보가 4일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중립내각 구성과 부패청산 입법을 위한 대통령후보 회담을 제안했으나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1차 반응은 일단 소극적이거나 냉담한 편이다. 노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무총리, 법무장관, 행자장관 등 선거관리와 부패청산 관련부처 책임자를 한나라당 추천을 받아 임명하는 중립내각을 구성하고▲부패청산 특별입법을 연내에 처리하기 위한 `대통령후보 회담'을 가질 것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에 제안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과 자민련은 "국면전환용에 불과하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고, 청와대 역시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박선숙(朴仙淑) 청와대 대변인은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면서 "그럼에도 불구, 그와 같은 언급을 한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특히 박 대변인은 "대통령은 이미 당총재직을 떠났고 민주당도 탈당했다"면서 "내각이 중립적이고 공정하게 운영되며 대통령의 국정전념 의지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는 것은 이미 월드컵과 지방선거를 통해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내각이 이미 엄정중립을 지키며 중립내각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 후보가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개각 문제를 거론한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서청원(徐淸源) 대표도 "우리가 중립내각 구성을 요구한 것은 나눠먹기식으로 거기에 참여하겠다는 게 아니라 정권 임기말에 공정하게 선거관리를 하라는 뜻"이라며 추천 제안을 일축했다. 서 대표는 이어 "노 후보는 지금 서해도발 사태에 대해 정확한 진상규명을 촉구해야지, 별안간 부패청산을 요구하느냐"면서 "정국을 호도하려는 고도의 술수"라고 평가절하했다. 이회창 후보 비서실장인 김무성(金武星) 의원도 후보회담 제의에 대해 "만날 이유가 없다"고 일축하고 중립내각 구성에 대해서도 "우리가 참여할 이유가 없으며,거국내각은 대선을 앞두고 당연히 구성하는 것이므로 노 후보가 생색낼 사안이 아니다"고 평가절하했다. 이상득(李相得) 사무총장은 "지금 시점에서 후보들이 만나서 뭘 어떻게 하겠다는 소리냐"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고 다른 관계자는 각료 추천 제안에 대해 "우리가 X바가지를 뒤집어쓸 일이 있느냐"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는 "한마디로 실현성이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고,유운영(柳云永) 대변인 직무대리는 "노 후보가 북한의 서해도발 만행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다가 갑자기 기자회견을 자청, 중립내각 운운한 것은 북한도발로인한 국민여론과 한미 공조갈등을 희석시키려는 의도라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민주당내에서도 서해교전의 사후처리 문제가 핫이슈로 부각돼 있는 상황에서 노 후보가 청산 프로그램을 들고 나온 것에 대해 "뜬금없다"는 반응과 함께 실현 가능성에 의구심을 표시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서해교전이라는 시급한 현안을 제껴두고 청산 문제를 꺼낸 것은 정치적 꼼수로 비쳐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노 후보가 이날 제안한 부패청산 입법의 연내처리 문제에 대해선 한나라당도 어떤 형식으로든 답변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 대폭 개각을 통한 중립내각 구성에는 미치지 못해도 일부 각료들의 재보선 출마를 계기로 소폭이나마 개각이 단행될 가능성은 청와대도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알려져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 기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