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다음주로 계획했던 대북특사 파견을 2일(현지시간) 공식철회함에 따라 북·미관계가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이에 따라 서해교전으로 인한 남북간 대치상황과 맞물리면서 한반도 주변정세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또 우리 정부가 미국에 지속적으로 요청,추진됐던 북·미 대화가 무산된 데다 서해교전을 바라보는 한·미간의 시각에도 큰 차이가 있어 양국간 공조체제에 틈새가 벌어질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특사파견 철회의 파장=리처드 바우처 미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우리는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에 당초 10일 예정했던 특사의 방북을 더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통고했다"며 "그 이유는 특사 방북에 대해 평양측이 답신을 보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서해교전이 특사파견 철회에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서해교전을 미국쪽 책임이라고 비난한 것도 특사파견 철회결정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특사파견 철회 파장이 의외로 클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우선 부시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18개월 동안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간신히 조성된 북·미 대화분위기를 다시 회복하는 데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부시 미국 대통령이 대북강경론자인 데다 서해교전으로 인해 미국에서 대북회의론이 점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년에 북한의 미사일발사 유예기간이 종료되는 데다 핵사찰을 둘러싼 갈등 및 긴장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특사파견)이 사라졌다. 이로 인해 한반도를 둘러싼 '2003년 위기설'이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단절을 남한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해결하려 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하지만 서해교전 이후 남측의 여론이 극도로 악화됐기 때문에 단기간내 그런 여건이 조성되지는 못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정부 대응=정부 당국자들은 미국의 특사 파견 철회에도 불구하고 북·미대화 자체가 무산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당국자는 "북·미대화가 완전히 물건너간 것은 아니다"면서 "이달은 힘들더라도 빠른 시일내에 북·미간 대화가 재개될 수 있도록 미국측과 긴밀히 협의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 국무부의 바우처 대변인은 "특사 파견 제안은 협상테이블에서 사라졌다"면서 "현재로서는 북·미대화의 일정을 다시 잡기가 어렵다"고 밝혀 우리측과 상당한 시각차이를 드러냈다. 정부는 잭 프리처드 대북교섭담당 대사가 다음달 7일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집행이사회 미국측 이사자격으로 북한 금호지구 경수로 공사현장을 방문하는 기회를 북·미대화 재개의 밑거름이 되도록 활용할 방침이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홍영식 기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