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다음주로 계획했던 대북특사 파견을 철회한데 이어 북한도 2일 미국에 대한 비난공세를 펴기 시작해 북·미 관계에 다시 먹구름이 끼고 있다. 이에따라 북·미관계가 급속히 냉각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북·미 대화를 남북관계 개선의 지렛대로 활용하려던 우리 정부의 구상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그러나 북한은 이날 핵안전요원 25명을 당초 계획대로 남한으로 보내 경수로 안전관련 교육을 받도록 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북·미대화 무기 연기=미국내에서 온건파로 알려진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대북특사 파견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직후 미국무부 관리가 이를 공식 확인한 것은 미국이 서해교전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증거이다. 북한이 서해교전에 대해 납득할만한 해명을 하지 않을 경우 북한과의 대화 제의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표명한 것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2일 북한 중앙방송을 통해 북방한계선(NLL)무효화를 거듭 주장하면서 "이번 사건(서해교전)이 북남관계 진전을 달가워하지 않고 제동을 걸어온 미국이 북남관계에 쐐기를 치기 위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며 미국을 비난했다. 북한은 그러나 "대화는 대화이고 교전은 교전"이라고 강조해 미국과의 대화여지는 남겨두고 있다. 북한이 NLL을 부각시키고 있는 것은 북·미대화가 이뤄질 경우 미국이 주의제로 삼을 예정인 핵·미사일 문제를 희석시킬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교류는 지속=북한은 서해교전 발생 직후 남측의 책임을 거론하며 강력 비난하면서도 지난 1일 월드컵 성공개최 축하편지를 우리측에 보내왔다. 같은날 한국축구팀의 독일과 준결승전,터키팀과 3,4위전을 녹화중계했다. 이어 핵안전요원까지 파견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겉으론 강경자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남측의 교류와 협력 지속 방침에 호응해 대화의 문을 완전이 닫지는 않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한편 정세현 통일부장관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서해교전 이후에도 햇볕정책의 큰 틀은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 장관은 "북한에 대해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일부)여론이 있다"며 "하지만 인도적 대북지원과 금강산관광을 중단하면 외국 투자가 빠져나가고 수출이 부진하게 돼 결국 우리 경제에 마이너스 효과가 올 수도 있는 측면이 있어 신중하게 다른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