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들이 흘린 피는 이 나라, 온 국민이 자자손손 무궁한 행복과 자유, 평화를 누릴 씨앗이 될 것입니다. 이제 만고청사(萬古靑史)에 길이 빛날 불멸의 영웅 자리에 그대들을 모십니다" 1일 성남 국군수도병원 체육관에서 해군장으로 거행된 고(故) 윤영하(尹永夏)소령 등 서해교전 순국장병 4명의 합동영결식은 유족들의 오열 속에 1시간동안 진행됐다. 이날 영결식에서 장정길 해군참모총장은 나라를 지키다 장렬히 산화한 부하들의명복을 비는 장문의 조사(弔辭)를 낭독, 식장을 숙연케 만들었다. 장 총장은 조사에서 "꽃다운 20대의 꿈을 채 피우기도 전에 꽃잎이 찢기어 파도위에 뿌려졌으니 그 애통함을 그칠 길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대들이 가신 길은 정녕영광되고 고귀한 길이 아닐 수 없습니다"며 부하들의 넋을 기렸다. 장 총장은 "사랑하는 4명의 전우들이 그 불타는 우국충정을 가슴에 안은채 순국승천케 됐으니 하늘을 우러러 아무리 외쳐봐도 이 분노를 달랠 길 없습니다'며 북한측의 도발에 대한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영결식은 유족들의 오열로 시작돼 오열로 끝났다. 순국 장병들의 운구 행렬이 조곡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영결식장에 들어서는 순간 유족들은 일제히 울음을 터뜨리며 장병들의 이름을 외쳤다. 지난 3일내내 통곡과 실신을 반복하던 고(故) 서후원(徐厚源) 중사의 어머니 김정숙(48)씨는 영결식이 시작되기 직전 실신해 해군병사의 등에 업혀 응급실로 옮겨져 아들의 마지막 길을 끝내 지키지 못했다. 해병대에 복무 중인 서 중사의 동생 국원씨도 분향소에서 꿋꿋이 형의 영정을바라모던 모습과 달리 이날에야 형의 죽음을 받아들인 듯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신혼생활의 단꿈을 한순간에 빼앗긴 고(故) 조천형(趙天衡) 중사의 미망인 강정순(25)씨는 소복 차림으로 갓 백일을 지난 딸 시은양과 함께 참석, 애처로움을 더했다. 강씨는 영결식이 진행되던 중 남편 영정앞으로 다가가 남편의 이름을 부르며 통곡해 참석자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고(故) 황도현(黃道顯) 중사의 어머니 박공순(54)씨는 세상을 떠난 아들을 두고차마 의자에 앉지 못하는 듯 시종 식장바닥에 앉아 통곡했다. 영결식이 끝나고 운구행렬이 퇴장할 무렵, '해군선배'인 윤 소령의 아버지 윤두호(61.해사 18기.예비역대위)씨는 아들의 마지막 길을 차마 볼 수 없는 듯 잠시 자리를 피해 눈물을 훔쳤다. 이날 영결식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장세동 전 안기부장과 함께 참석, 내빈으로는 가장 먼저 헌화하고 묵념했다. 영결식은 군당국과 유족 대표들간의 보상협의로 30분 가량 늦게 시작됐으나 별다른 움직임없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영결식을 끝낸 장병들의 운구행렬은 군악대가 연주하는 조악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국군수도병원을 떠나 성남시립화장장으로 향했다. 순국장병 4명의 유해는 유족들의 오열 속에 이날 정오께 화장돼 한줌 재로 남았으나 그 정신은 조사 문구에서 처럼 영원하리라. "그대들이 흘린 피, 이 땅의 온 국민의 가슴에 영원히 살아 숨쉬며 자자손손 무궁한 행복과 자유, 평화의 씨앗이 될 것입니다" (성남=연합뉴스) 김경태기자 kt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