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2소총을 쏘던 수병이 왼손 손가락 5개가 모두 절단됐는데도 팔뚝에 총을 올리고 탄창을 끼고 있었습니다... 용감한 전투였습니다" 29일 서해교전으로 부상을 입은 우리 해군 PKM 참수리급 고속정 병기장 황창규(27) 중사는 병사들의 처절했던 전투상황을 기억하며 가벼운 부상만 당한 자신을 자책했다. 다음은 황 중사 등 부상 장병이 전하는 당시의 긴박했던 교전상황. 북한 경비정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 우리 해군 고속정과 대치한 시간은 이날 오전 10시 25분께. 넘버 '608'의 검은색 북한 전함은 탱크 포신만한 함포 3문을 달고 무작정 남하했다. 어선통제를 하던 해군 고속정은 곧바로 현장으로 출동했고 40mm포 1문과 20mm포2문, M60 기관총 2정, 소총 등으로 중무장했다. 북한 경비정을 발견한 우리 해군은 "돌아가라"며 수차례 경고방송을 했으나 북한 경비정은 이를 무시한 채 계속남하하다 1천야드 거리를 남겨 놓고 아무 예고없이함포사격을 가했다. 당시 북한 경비정은 시속 12노트로 정면 돌진 중이었고 우리측 경비정은 좌현을 북한 경비정 방향으로 향해 있다 포세례를 맞았다. 병기장 황 중사 등 장병 14명은 몇초후 곧바로 대응사격을 했고 북측 사격으로 교신이 중단된 가운데 평소 훈련대로 대응사격을 가했다. 정신없던 교전은 20여분 뒤 북측 함정이 물러가며 교전상황은 끝났으나 우리측 경비정 피해가 심각했다. 배 후미에서 전투를 지휘하던 황 중사는 지휘부가 있는 함교쪽으로 달려갔고 함교에서는 정장 윤영하(29) 소령(당시 대위)이 등에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었고 맥박이 간신히 뛰고 있었다. 황 중사는 윤 소령에게 곧바로 2차례 인공호흡을 했으나 윤 소령은 끝내 숨졌다. 또 윤소령 옆에서 K2소총으로 전투를 하던 권기형 상병은 왼손가락이 모두 절단된 상태에서 소총을 팔뚝에 대고 탄창을 갈아끼고 전투를 벌였다. 이어 황 중사는 20mm포를 쏘고 있던 조천형 중사가 불길에 휩싸여 온몸이 굳어있는 것을 확인했고 사방에서 "데려가자"는 고함소리가 들렸지만 이미 때는 늦어 목숨을 구하지 못했다. 황 중사는 조 중사와 같은 20mm포를 쏘던 황도현 중사가 머리에 포탄을 맞은 듯 머리의 3분의1이 날아간채 숨져있는 것을 목격했다. 아군 경비정이 예인하러 다가오고 적 포탄에 맞아 좌현이 기울며 침몰되는 상황에서도 병사들이 비상펌프로 엔진에 붙은 불길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우리 고속정을 결국 예인과정에서 침몰했다. 황 중사와 같은 병동에 입원한 갑판장 이해영(51) 상사는 "아예 북한이 작정을 하고 온 것 같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상사는 "정장님 이하 순국한 전우들의 명목을 빈다"며 "크게 이겼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 조금 부끄럽다. 앞으로 이런 일이 한번 더 벌어지면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분을 삭혔다. 부상장병 19명은 현재 국군수도병원 3개 병실에 분산수용돼 치료를 받고 있다. (성남=연합뉴스) 최찬흥기자 ch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