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서해에서 3년여만에 남북 해군간 교전이 벌어져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전국적으로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그러나 월드컵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번 사태가 월드컵 효과와 남북한 화해무드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 것을 기대하며 비교적 차분하게 사태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지난 99년 6월에도 교전이 있었던 서해 5도서 주민들은 긴장감과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한채 이번 교전으로 꽃게.까나리 조업이 상당기간 중단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날 속초항으로 출발하는 금강산 여행객 등도 서해 교전소식을 접하고 금강산에서 북측의 태도변화 등은 없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대전 육.해.공군 3군 본부는 지휘관들이 현 위치 근무 등 비상체제에 들어간 가운데 각군 수뇌부는 부대별 지휘권을 강화하고 합참의 지시를 기다리며 각종 지원 준비를 하고 있다. 월드컵 3.4위전이 펼쳐지는 대구 시민들은 이번 사태가 자칫 인류 화합과 국민축제의 장인 한국-터키전 경기에 집중된 전국민적 열기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대구월드컵경기장 일대에서 경계근무중인 육군 50사단과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한-터키전 관람을 위해 경기장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던 최종철(52.자영업.경북 경산시)씨는 "꿈에도 그리던 월드컵 4강에 진출,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마당에 같은 민족끼리 또다시 유혈사태를 빚어 안타까울 뿐"이라면서 "북한의 위협에 굴하지 않고 차분히 월드컵을 마무리짓는 성숙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옳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군작전사령부와 해군기지사령부 등 해군의 주요 시설이 밀집돼 있는 경남 진해시 일대는 이날 교전사태 이후 비상령이 내려진 가운데 장병들의 외출과 외박, 면회가 전면 금지되면서 주말답지 않게 한산한 분위기다. 충남 태안해양경찰서는 경계강화태세에 돌입했으나 교전지역으로부터 거리가 먼연안에서 조업중인 어선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대천해수욕장도 이날 오후 6시 예정대로 개장식을 갖기로 했다. 제주도민과 관광객들은 서해교전 소식에 다소 놀라면서도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항공기와 여객선도 정상운항되고 있다. 아주대 정치학과 김영래 교수는 "최근 월드컵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는 과정에서 북한이 그같은 도발행위를 한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최근 안보문제를 도외시한 부분이 없지 않으나 안보 경각심을 다시 고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충북에 사는 강수창(49.공무원)씨는 "이번 사건은 북한이 우리의 느슨한 안보의식을 틈타 도발을 획책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재확인시켜 준 것"이라며 "이번 사태를 거울삼아 모든 국민이 대북 경각심을 고취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hedgeho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