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24일 당직개편을 단행하고 8.8 재보선특별기구 및 당발전개혁특위를 구성, 당무마비 사태를 정리함으로써 6.13 지방선거패배 이후 불거진 당 내분 사태는 본격적인 수습국면에 들어섰다. 민주당이 이날 단행한 당직개편은 당무에서 소외됐던 비주류를 포용함으로써 약해진 외벽을 다지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 중심의 8.8 재보선 체제 구축과 정책적 정체성 강화에 역점을 두는 한편, 최고위원간 역할 분담을 통해 지도부의 안정을 꾀하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김근태(金槿泰) 상임고문을 `8.8 재보선 특별대책위' 위원장에 선임한 것은 이번 재보선을 `노무현-김근태'의 개혁적 컬러로 치러낼 것임을 천명한 셈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새 진용은 8.8 재보선때까지 한시적 성격을 갖는 `봉합성 체제'로서 재보선 결과에 따라 또 한차례 호된 진통을 치를 가능성을 안고 있다. 한화갑(韓和甲) 대표의 최고위원 경선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김원길(金元吉) 전 사무총장이 물러나고, 중도파인 유용태(劉容泰) 사무총장이 기용된 것은 향후 민주당의 운영이 최고위원간 합의에 의한 집단지도체제의 성격을 한층 강화할 것임을 예고한다. 무계보인 유 신임총장의 기용은 최고위원간 최소한의 공통분모를 찾는 과정에서 선택된 것으로, 한 대표의 기득권 포기로 가능했다는 것이 당 안팎의 분석이다. 유 총장은 지난 23일 밤 열린 최고위원 간담회에서 한광옥(韓光玉) 최고위원과 정균환(鄭均桓) 총무가 적극 추천했고, 한 대표를 비롯한 다른 최고위원들도 큰 반대없이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채정(林采正) 정책위의장은 개혁적인 정책기조를 강조해온 노 후보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기용됐고, 임 의장은 대선국면에서 당의 정책노선을 '노무현 컬러'로 만들어나가는 일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이 2개월만에 컴백한 것은 정당간 포격전이 가열될 8.8재보선에서 민주당의 화력을 보강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한 대표와 가까운 이 대변인은 지난 4월말 당직개편으로 기조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대변인으로서 무리없이 여야 공방에 대처해온 순발력을 인정받았다는 후문이다. `당발전.개혁특위' 위원장이 한 대표에서 박상천(朴相千) 최고위원으로 변경된 것은 한 대표가 외부인사 영입 과정에서 대표라는 직함이 주는 무게를 벗고 `리베로'로 뛰겠다는 의지와 함께 박 위원과의 역할 분담을 통해 지도부내 갈등을 불식하려는 뜻이 담겨있다. 이 대변인은 "대표가 특위위원장을 맡는 것보다 `정치적 쿠션'을 주는게 좋겠다고 판단해 박 위원이 위원장을 맡았고, 지도부간 역할 분담의 의미도 있다"며 "대변인으로서 민주당이 국민의 믿음과 사랑을 되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쇄신파 의원들이 제기한 집단지도체제의 변경 등 `제2쇄신' 요구가 지도부에 의해 일축되고, 당무 일선에서 배제됨으로써 쇄신파의 위축이 두드러진 점도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쇄신파 의원들은 당정분리와 집단지도체제 도입을 주도했으면서도 스스로 집단지도체제의 폐기를 주장하는 자기모순에 빠져 명분을 잃었고, 지방선거 도중 `제2쇄신' 요구로 당내 분란과 선거대열의 혼선을 가중했다는 비주류의 반격을 받아왔다. 한편 23일 밤 긴급 최고위원간담회는 당 지도부가 당직개편 등 주요 현안 결정에 앞서 사전 조율하는 모습을 취한 것은 향후 민주당 지도부의 운영방식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기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