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 한국대사관과 캐나다대사관에 각각 진입했던 탈북자 26명이 24일 오전 방콕과 싱가포르 등 제3국을 거쳐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했다. 지난달 23일 이후 11차례에 걸쳐 주중 한국대사관 본관과 영사부에 진입한 23명과 중국에 강제 연행된 뒤 풀려난 원모(56)씨 등 24명은 이날 오전 8시45분 방콕발대한항공654편을 이용, 입국했다. 어린이 3명을 포함해 남자 13명과 여자 11명으로 구성된 탈북자들은 비행기에서 내린 뒤 처음에는 정부당국의 보안교육 때문인지 다소 긴장한 표정이었으나 곧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며 한국땅을 밟은 데 대해 기뻐했다. 일행 중 두번째 연장자라고 밝힌 조모(55.여)씨는 감격한 듯 울먹이는 목소리로"우리 가족이 모두 한국으로 오게돼 기쁘다. 감사한다"고 말했으며 임신 9개월의 최모(27)씨는 "소원하던 한국땅에서 자식을 낳아 키울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중국에 강제 연행됐던 원씨는 "중국 공안들이 처음에 발로 차고 때려 어깨 등에 타박상을 입었다. 그러나 중국 공안에 끌려간 뒤 조사에 사실대로 답변해주자 친절하게 대해주었다"고 밝혔다. 지난 97년 가족과 북한을 탈출한 뒤 중국에 머물렀다는 고모(15)군은 "대사관에서 한국이 스페인을 꺾고 월드컵 4강전에 진출하는 것을 보았다. 앞으로 4강전 이후경기를 한국에서 계속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복장과 머리 모양이 서울의 중산층과 비슷했으며 일부 여자 탈북자들은 고가의 외제품인 '버버리'가방을 소지하고 굽이 높은 구두를 신고 있는 등 종전의 탈북자들 보다 세련된 모습이었다. 이에 앞서 지난 8일 캐나다 대사관에 진입했던 10대 탈북자 2명은 24일 오전 6시10분 싱가포르발 대한항공642편을 이용해 입국했다. 북한 인민중학교 출신으로 이름이 김명철(16.가명)과 김 철(17.가명)인 이들은 비행기에서 내린 뒤 손을 흔들며 "기쁩니다" "매무 좋습니다"라며 각각 소감을 밝혔으며 "한국의 월드컵축구 4강진출 장면을 보았다"고 말했다. 청바지와 면바지, 운동화, 티셔츠 차림에 아직 앳된 얼굴의 이들은 밝은 표정으로 웃음을 지으며 꿈에도 그리던 자유의 품에 안긴 사실에 대해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입국한 26명은 관례대로 보호시설로 옮겨져 휴식을 갖고 정밀 건강진단을 받은 뒤 정부 부처 합동신문을 받게 되며 문제가 없을 경우 탈북자 정착지원 시설인 경기 안성의 하나원에 입소하게 된다고 정부 당국자는 밝혔다. (영종도=연합뉴스) 김대호 기자 dae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