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대회가 끝난 후 남북한 축구대표팀 간의 친선경기 성사 여부는 표류상태의 남북관계 개선 여부를 가늠해볼 수 있는 `리트머스 테스트'가 될 것이라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22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서울-평양간 축구경기를 주선하고 있는 유럽연합(EU)상공회의소측의최근 발표에 의하면 북한 대표팀이 오는 9월6-9일 서울을 방문, 남한 대표팀과 친성경기를 갖자는 제안을 수락했다며 이처럼 전망했다. 신문은 남한의 열성 스포츠팬들의 말을 인용, 축구나 다른 스포츠가 교착상태에빠진 남북 평화협상 재개를 위한 `처방전'이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월드컵한국조직위의 인병택 홍보국장은 "축구가 국수주의(내셔널리즘) 성격을띨 수도 있으나 한편으론 국가간 협력을 촉진시키는 강한 촉매제도 될 수 있다"고말했다. LA 타임스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대북포용정책(햇볕정책) 활성화 수단으로월드컵 예선전에 불참한 북한이 월드컵과 관련되길 바랐으나 북한은 남북분산개최제의 등을 매정하게 거절했다고 밝혔다. 신문은 그러나 북한은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때 이탈리아전에서 결승골을 넣어 북한을 아시아에서 처음 월드컵 8강에 진출시킨 박두익씨를 개막식에 참석시키고비록 방송료 지불없는 무단 녹화방송이었지만 일부 월드컵 게임을 방영, 북한동포들과 함께 월드컵 축제를 향유하려는 남한인들에게 유일한 위로가 됐다고 밝혔다. 인 홍보국장은 "이는 적어도 북한이 (월드컵에) 큰 관심을 갖고 있음을 시사해준다"고 말했다. 신문은 66년 8강 신화를 이룩했던 북한이 이번 월드컵에 참가하지 않았고 북한주민들에겐 과거의 영광이 잊혀졌지만 북한의 당시 이변은 한국이 지난 18일 16강전에서 이탈리아를 물리치면서 이탈리아 및 영국 언론에 재조명되는 등 새삼 세계의주목을 받았다고 전했다. 66년 당시 북한대표팀에 관한 기록영화를 제작한 영국의 대북전문가 닉 보너는월드컵-아리랑축전 기간에 서울-평양 항공편 운행, 중국 관광객의 육로 여행을 위한경의선 철도 보수계획 등이 실현되지 못한 것에 대해 "타이밍이 잘못됐으며 (조지 W.부시 미국대통령의) `악의 축' 연설도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권오연 특파원 coowon@a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