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학자인 원병오박사(73.경희대 명예교수)가한국전쟁 때 헤어진 부모 묘소를 참배하기 위해 방북길에 올랐다. 원박사는 베이징(北京)을 거쳐 22일부터 개성의 고향 방문에 이어 평양 애국열사릉의 부모님을 성묘하는 등 새달 6일까지 북한에 머물며 바쁜 일정을 보낼 예정이다. 원박사의 선친은 김일성대학 교수로서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을 역임한 세계적인 조류학자인 원홍구박사. 원박사는 한국전쟁 당시 김일성대학 농학부에 재학중이었으나 둘째형과 함께 북한에 남은 부모와 생이별했고 1965년 우연히 아버지 소식을 접하게 됐다. 철새의 이동경로를 연구중이던 원박사는 당시 일본 도쿄(東京)의 국제조류보호연맹 아시아지역본부로부터 한통의 편지를 받았다. 편지 내용은 북한의 저명한 조류학자 원홍구박사가 우연히 철새인 북방쇠찌르레기 다리에서 일련번호(C7655)가 새겨진 알루미늄 링을 발견했는데 발신지를 알고 싶다는 것. 아버지는 국제조류보호연맹을 통해 아들이 2년전 서울에서 북방쇠찌르레기를 날려보낸 사실을 확인했다. 원병오박사는 방북전 "아버지와 함께 북한에 남게된 어머니는 철새 다리에서 떼어낸 링을 어루만지며 흐느꼈다고 전해들었다"며 말꼬리를 흐렸다. 철새를 통해 소식을 접한 원박사는 부자 상봉의 날만 손꼽아 기다렸으나 아버지가 1970년 세상을 떠났고 어머니마저 3년뒤 눈을 감았다. 원박사는 1989년 김일성 주석의 초청장을 받았으나 남북 양측의 입장차로 인해방북의 꿈이 무산됐다. 북한당국은 1992년 '철새박사 원홍구'를 기념하는 우표를 발행하기도 했다. 또 원박사 부자의 얘기는 북한작가 림종상에 의해 '쇠찌르레기'라는 제목으로소설화됐고 1992년 북한과 일본이 합작영화 '새'를 제작하는 등 세인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원박사의 이번 방북행은 지난 4월말 독일의회대표단의 방북 과정에서 통역을 담당한 한국외대 독일어과 홀머브로흘로스교수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그의 편지를전달해 성사됐다. 그는 부모묘소 참배와 남북한 학술교류를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고 북측은 지난달 17일 북한동물학회 명의로 초청장을 보내왔다. 원박사는 "북한의 대학에서도 강의하고 남북한 학술교류에 기여하고 싶다"면서"새들처럼 자유롭게 왕래할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문관현기자 kh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