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 재신임을 추인하기위한 민주당의 19일 당무회의는 후보사퇴를 주장하는 비주류 의원들이 상당수 불참하는 바람에 예상과는 달리 다소 느슨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특히 참석자들 대부분이 당무회의 시작전부터 전날 월드컵 16강전에서 한국이 이탈리아를 누르고 8강에 진출한 '쾌거'를 화제삼아 대화를 나눠 재신임 여부를 둘러싼 종전까지의 갈등 여진을 쉽사리 감지하기가 어려웠다. 회의장에 들어서면서 시종 미소를 지으며 참석자들과 악수를 나눈 한화갑(韓和甲) 대표는 회의가 시작되자 월드컵을 화제로 분위기를 잡아나갔다. 한 대표는 "16강을 넘어 8강에 진입했다. 역사상 첫 쾌거"라고 평가한 뒤 "히딩크 감독이 지도력을 발휘했기 때문인데 원만한 팀워크와 능력위주의 선수선발, 국민응원 등이 합쳐져 민족의 저력이 나타났다"면서 "의제에 들어가기 전에 4강에 진입할 수 있도록 격려의 박수를 보내자"고 말했다. 그러자 당무위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로 화답했으며 이 협(李協) 최고위원이 '대∼한민국' 하며 붉은 악마의 `응원 박수'를 유도하자 다른 참석자들도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회의가 시작된지 10분이 지나도록 전날 '노-한 체제'에 대한 강한 불신과 인책론을 주장했던 안동선(安東善) 이윤수(李允洙) 원유철(元裕哲) 홍재형(洪在馨) 의원 등 비주류측 의원들은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또 대선후보 경선 당시 이인제(李仁濟) 의원을 도왔던 장성원(張誠源) 의원 등도 "책임을 져야 할 문제지만 일단 8.8 재보선까지 미루자고 하니 그렇게 하는 것이낫겠다. 하지만 재보선 이후 유야무야 넘어가선 안된다"면서 후보 재신임을 기정사실화했다. 인책론을 강하게 펼쳤던 중도성향의 조순형(趙舜衡) 의원 등도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일단 재신임해줄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한편 노 후보 지지세력인 쇄신연대는 조찬모임에서 노 후보 주도의 8.8 재보선공천을 주장하면서 노 후보를 전날 이탈리아전 '골든골'의 주인공인 안정환 선수에 비유해 눈길을 끌었다. 장영달(張永達) 의원은 "페널티킥으로 위기에 몰린 안정환 선수가 마지막에 골든골을 넣어 영웅으로 됐듯이 노후보도 지금 위기지만 8.8 재보선을 거쳐 12월대선에서 승리할 것"이라며 "노 후보가 8.8 재보선 공천에서 어제 수비수 3명을 공격수로 교체한 히딩크 감독처럼 공격적이고 개혁적인 인물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날 당무회의에서 쇄신파와 당권파, 동교동계 의원들은 노무현 후보에 대한 조건없는 재신임을 주장했으나, 충청 등 중부권 의원들과 일부 비주류 의원들은 노 후보의 사퇴 등 기득권 포기를 주장해 격론이 오갔다. 추미애(秋美愛) 최고위원과 이상수(李相洙) 송영길(宋永吉) 김경재(金景梓) 의원 등이 노 후보를 재신임하고 8.8재보선을 후보 중심으로 치르자는 입장에 섰고,김태식(金台植) 장성원(張誠源) 이윤수(李允洙) 박상희(朴相熙) 의원 등은 "노 후보가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사퇴를 주장했다. 박상천(朴相千) 최고위원과 정균환(鄭均桓) 총무는 "외연확대를 위해서는 후보가 기득권을 포기해야 한다"며 8.8재보선 이후 재경선의 여지를 열어두자는 주장을폈지만, 결국 재신임안은 별다른 조건없이 만장일치로 가결됐다. 당 안팎에서는 후보사퇴론자들이 재신임안 통과를 적극 저지하지 않은 것은 8.8재보선이 또다시 참패로 끝날 경우 노 후보 재신임과 재경선 문제가 다시 등장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했다. 한화갑(韓和甲)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재신임에 대해 박범진(朴範珍) 전 의원은"지방선거 참패는 대참사"라며 최고위원 전원 사퇴를 촉구했고, 홍재형(洪在馨) 의원도 "후보와 지도부가 모두 재신임될 경우 국민이 어떻게 볼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김옥두(金玉斗) 의원은 "오늘 당무회의 모습을 보고 당의 희망을 발견했다"면서 "당을 살리는 마음으로 재신임을 해주자"며 동의의 박수를 유도하는 등 분위기를 잡았다. 한 대표는 "한번 기회를 주시면 잘하겠다"고 말한뒤 지도부 사퇴를 끝까지 주장한 박범진 전 의원과 홍재형 의원의 양해를 얻어 의사봉을 두드렸다. 한 대표는 지도부 재신임과 관련, "신기남 추미애 최고위원이 사퇴의사를 밝혔으나 만류했고, 대표인 내가 책임을 지겠다고 했는데 다른 최고위원들이 공동책임이라며 대표 개인에 책임을 묻는 것을 반대했다"고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한편 박상천 최고위원이 회의 석상에서 옆자리에 앉은 동갑의 한 대표에게 반말을 하자 한 대표가 낮은 소리로 박 위원에게 "반말 좀 그만하라"고 제지하는 등 두사람간에 쌓인 불편한 감정의 일단이 드러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강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