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내홍사태가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후보 교체론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열리는 17일 최고위원·상임고문·당무위원·의원 연석회의 결과는 '노무현 후보-한화갑 대표체제'의 유지문제는 물론 내분의 확산여부를 결정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주류측이 노 후보 등에 대한 재신임문제를 조기에 매듭짓는다는 방침이나 노 후보의 지지도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 10%포인트나 뒤진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후보교체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후보교체 문제로 대립=노 후보와 한 대표를 중심으로 한 주류측과 비당권파인 비주류측이 맞서 있다. 양측은 주말과 휴일에도 잇따른 비공식 접촉을 갖고 대책을 논의했다. 주류측은 노 후보 외에 대안이 없는 만큼 연석회의에서 후보와 지도부의 조기 재신임안을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이를 토대로 DJ(김대중 대통령)와의 결별과 '노무현당' 추진 등 당 쇄신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주류측은 당의 획기적인 개혁으로 통칭되는 이른바 '제2쇄신'을 통해 현 국면을 돌파한 뒤 8·8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승부를 건다는 복안이다. 당 전체적으로는 주류측이 다수를 형성하고 있다. 반면 비주류측의 세도 만만치 않다. 안동선 이윤수 김영환 송훈석 원유철 홍재형 송석찬 박상희 이창복 이근진 이원성 함승희 김윤식 의원 등은 "후보교체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주류측은 "재신임안이 추인되더라도 이는 갈등의 일시 봉합일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며 노 후보의 사퇴와 박근혜 정몽준 의원 등 제3후보 영입을 통한 신당창당 등을 주장하고 있다. ◆전망=연석회의에서는 일단 조기에 중앙위 등을 소집,노 후보에 대한 재신임을 묻는다는 '조기재신임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주류측이 '대안부재론'과 수의 우위를 내세워 이를 관철할 태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홍이 쉽게 사그라들것 같지는 않다. 비주류측이 이미 이인제 의원과 가까운 인사들과 구 동교동계,소외 중진 등을 포함해 일정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노-한 체제 중심으로 단결해 나가기에는 구성원들의 생각이 너무 다르고 지향점이 이질적이어서 이대로 가면 당이 깨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연 양측의 세대결을 통한 힘겨루기가 이뤄져 사태가 더욱 악화될 수 있고 8·8 재·보선이 중대한 분수령이 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