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지방선거 압승을 계기로 향후 정국운영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가운데 당분간 자민련 의원 영입 등을 통한 당세 확장을 추진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자민련의 내부 동요 등을 감안할 때 의원 영입에 적극 나설 경우 조기 원내 과반 확보 가능성이 적잖으나 이후 부딪히게 될 역풍을 감안한 '우보(牛步)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당직자는 "의원 영입을 성사시켜봤자 실익은 별반 없는 대신 후유증만 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 원내 과반을 확보하지 않더라도 자민련내 친(親) 한나라당 의원들을 우군으로 묶어두면 16대 후반기 국회 원구성 등 국회 운영전략에 별다른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신 무리한 영입을 추진할 경우 '자민련 고사'에 대한 충청권 민심의 반발을 배제할 수 없는 데다 자칫 '오만한 거함'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쓸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더욱이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가 궁지에 몰릴 경우 사활을 건 역(逆) 정계개편을 모색할 소지도 있다. 김 총재로선 정치권 일각에서 나돌고 있는 'IJPM 연대론' 성사를 위해 기득권을 포기하는 등 온몸을 던질 수 있다는 얘기다. 'IJPM'이란 민주당 이인제(李仁濟) 의원, 무소속 정몽준(鄭夢準) 의원, 한국미래연합 박근혜(朴槿惠) 대표와 김 총재의 영문 이니셜을 뜻한다. 서청원(徐淸源) 대표가 "자민련은 14명의 의원을 갖고 있는 실체적 정당으로 필요할 경우 정책연대나 정책공조를 할 것"이라며 "인위적으로 의원들을 끌어오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같은 후유증을 고려한 대목으로 읽혀진다.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의 한 특보도 "자민련을 자극하거나 심하게 몰아붙이는 우를 범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거듭 피력했다. 그러나 당내에선 자민련 의원 5-6명 입당설이 꾸준히 나오고 있고 실제 접촉한 흔적도 포착되고 있다. 또 충청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차제에 자민련을 고사시켜 '충청권 독점'을 도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데다 "굳이 들어오겠다는 의원을 강제로 막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없지 않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이 전면에 나서 의원 영입을 추진하지는 않겠지만 '자원 입당' 형식을 밟아 함석재(咸錫宰) 의원에 이어 일부 자민련 의원이 한나라당으로 이적할 가능성은 남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욱기자 hj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