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에 첫 도입된 전자개표기중 일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개표작업이 늦어지는 등 차질을 빚었다. 전자개표기의 고장이 속출한데다 개표요원들이 전자개표기 사용방법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없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고, 유권자들이 투표지에 기표를 잘못했기 때문이다. 전자개표기는 투표함에서 꺼낸 투표지를 펴 정리만 해넣으면 유.무효 여부와 후보자별 득표사항을 집계해내고, 이들 표를 후보자별로 별도 배출하는 방식으로, 수능시험의 `OMR 시험답안지'와 같은 원리다. 선관위는 전자개표기 650대를 제작, 전국 277개 개표소중 275곳에 설치했으며 개표 인원 및 시간을 줄이는 데 크게 유용할 것으로 기대했었다. 실제로 서울 종로구 경기상고에 마련된 서울 종로개표소에는 시장.구청장 후보투표함 개함에 전자개표기 2대, 1대를 각각 활용, 투표지 1천여장을 읽는 데 수분이걸리지 않는 등 `효과'를 발휘했다. 그러나 전자개표기를 운영하는 직원들이 사전에 기본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우왕좌왕해 수작업 개표 때처럼 개표시간이 지연됐다. 이 때문에 정당명부식 투표함에 대한 수작업 개표가 다 끝나고 검토작업이 벌어질 때까지 전자개표기를 이용한 개표작업은 마무리조차 되지 못했다. 서울 강남구 경기고에 마련된 개표소에서도 개함부에서 전자개표기로 개표하는개표운용부까지 거치는데 평균 15분 가량 걸려 지난 1998년 제2차 지방선거 때 평균개표시간 10여분보다도 오히려 늦어졌다. 또 유권자의 기표 잘못도 전자개표기 개표에 난점으로 지적됐다. 서울 동대문제1투표소에선 유권자의 기표 잘못 등으로 전자개표기가 읽지 못한 `미분류 용지'가20% 이상 나옴에 따라 수작업 시간이 예상외로 길어졌다. 이와 함께 서울 아현1동 제3개표소에서는 유권자들에게 교부된 서울시장 선거투표용지 1천900여장이 개표기 집계결과 1천600여장으로 나와 300여표의 오차가 생기는 일도 벌어졌다. 제주와 경남, 강원 등 일부 지역에서도 전자개표기의 결함으로 인해 수작업으로개표를 진행하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기도 했다. 강원 횡성군 횡성읍 횡성고 체육관에서는 이날 오후 7시15분께 시작된 개표가자동개표기의 결함으로 도지사 개표가 중단, 개표시작 후 2시간여가 지나도록 투표함 1개도 처리하지 못하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서울 종로개표소에서 개표를 참관한 배모(43)씨는 "`미분류 용지'에 대한 정확한 처리는 당선과 낙선을 가르는 중요한 작업인데 직원들이 기본적인 처리방법조차알지 못하고 있다"며 "차라리 수작업을 이용한 개표가 더 낫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선관위 관계자는 "처음 도입된 것이라 운용에 미숙한 점이 있다"면서도 "화면상 에러표시가 나면 다시 카운트를 하며 입력된 투표용지 수와 집계된 투표용지 수를 대조하기 때문에 집계결과가 잘못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영은.김남권.이상헌기자 jo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