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지방선거 투표율이 48.0%(잠정)에 그치면서 전국단위 선거사상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일반인의 정치 무관심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는 60년 이후 최악이라는 지난 98년 지방선거 때(52.7%)보다 4.7%포인트 가량 낮은 것이다. 지난 95년 첫 지방선거 때는 투표율이 68.4%,2000년 4·13총선 때는 57.2%였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대선과 지방선거 투표율이 30% 이상 차이가 나는 점만 봐도 우리 국민이 풀뿌리 민주주의인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도가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투표율이 낮은 것은 무엇보다도 지방선거가 월드컵기간(5월31일∼6월30일) 한중간에 치러졌기 때문이다. 월드컵 출전사상 한국팀의 첫 16강 진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들 축구팬의 관심을 선거판으로 돌려놓는 데 실패한 것이다. 지방선거 날짜를 월드컵 기간 이전인 5월로 앞당기자는 일부의 주장을 묵살한 정치권의 자승자박인 셈이다. 특히 이번 선거에선 정치 무관심층인 20,30대 젊은층은 물론 40대도 정치를 외면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경선이 진행될 때 정치권에 높은 관심을 보였던 '넥타이부대'들이 구태로 얼룩진 지방선거에 실망해 부동층에서 기권층으로 한 발 뒤로 물러선 것이다. '망국병'인 지역주의 현상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노풍이 가라앉으면서 20,30대 신세대들이 다시 정치권에서 멀어지고 있는 느낌"이라면서 "이들에 대한 공략방법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