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지방선거의 투표율이 13일 투표가 끝난 오후 6시 현재(잠정집계) 46.4%에 그치면서 선거사상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유권자의 정치 무관심을 그대로 드러냈다. 투표율 46.4%는 지난 98년 지방선거의 이 시간대 51.3%보다 4.9%포인트 낮은 수준.이에 따라 이번 선거 투표율이 60년 이후 최저 수준이라는 지난 98년 지방선거때(52.6%)보다 더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95년 첫 지방선거때는 투표율이 68.4%,2000년 4·13 총선 때는 57.2% 였다. 이처럼 사상 최악의 투표율을 기록한 데는 몇가지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도 선거가 월드컵 기간(5월31일∼6월30일) 한복판에서 치러졌다는 점이다. 월드컵 출전사상 한국의 첫 16강 진출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면서 월드컵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을 선거판으로 돌려놓지 못한 것이 최대 요인이다. 이같은 사태를 우려,지방선거 날짜를 월드컵 기간 이전인 5월로 앞당기자는 일부의 주장을 묵살한 정치권의 자승자박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이번 선거에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치 무관심층인 20,30대 젊은 계층은 물론 40대까지 정치에서 등을 돌린 점이 주목된다. 노풍이 한창일 때는 50%대까지 지지를 보낸 이들 넥타이부대가 노풍 진정 이후 또다시 부동층에서 기권층으로 한발 뒤로 물러선 것이다. 수그러들줄 모르고 기승을 부린 지역주의와 비방,폭로전으로 얼룩진 정치권의 구태 등도 임시공휴일 행락 나들이에 나선 유권자들의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노풍이 가라앉으면서 20,30대 신세대들이 다시 정치권에서 멀어지고 있는 느낌"이라면서 "이들에 대한 공략방법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