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가 한나라당의 승리와 민주당의 패배로 막을 내림에 따라 정치권에 엄청난 후폭풍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선거에서 패한 민주당은 지도부 인책론과 노무현 대통령 후보에 대한 재신임,제2쇄신 등을 둘러싼 내홍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은 지방선거 승리의 여세를 몰아 대선정국에서 보다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게 됐다. 충청권 수성에 실패한 자민련은 내부 동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민주당의 갈등 전개양상과 한나라당의 의원영입을 통한 단독 과반확보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정국이 정계개편의 격랑속에 빠져들 가능성도 높다. ◆ 선거결과 파장 민주당은 벌써부터 노 후보에 대한 재신임과 선거패배 책임론을 놓고 갈등이 표출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화갑 대표가 "대표 취임전에 지방선거 후보 공천이 이뤄졌다"고 '공동책임론'을 언급하는 등 신주류측은 책임론을 비켜가려는 자세를 보였다. 그러나 한대표는 비주류를 중심으로 책임론이 강하게 제기 되자 이날밤 늦게 대표 사퇴를 적극 검토하고 나섰다. 노 후보에 대한 재신임 문제도 폭발성 있는 소재다. 노 후보가 국민경선을 거쳐 선출됐다는 점에서 당장 후보교체론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이인제 의원 등 소외그룹을 중심으로 세력화에 나설 경우 예측불허의 내분사태로 발전할 개연성도 없지 않다. 노 후보측은 이에 따라 '제2창당'에 버금갈 정도의 당 쇄신을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노 후보의 한 측근은 13일 "8.8 재.보선 공천부터 (당의 쇄신 노력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으로 본다"며 "국민의 바람에 충실한다는게 최대의 전략"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원내 1당에 이어 지방정부까지 장악함에 따라 이회창 대선후보의 행보에 한층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비주류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약화돼 이회창 체제가 공고해질 것으로 분석된다. 자민련은 지역기반인 충청지역에서 사실상 패배함에 따라 심각한 당내 동요가 예상된다. 선거전부터 상당수 의원의 탈당과 한나라당 입당이 점쳐져 온 터이기 때문이다. ◆ 정계개편 진원지는 역시 민주당이다. 민주당이 위기 타개책으로 '노무현 당' 구축을 강력히 추진하는 과정에서 반대세력의 이탈이 예상되며 당 내분사태의 강도에 따라 그 폭이 결정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이인제 의원과 JP(김종필 자민련 총재), 박근혜 한국미래연합 대표의 이른바 'IJP 연대'가 이뤄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일부 자민련 의원들이 이탈, 한나라당에 입당할 경우 원내 단독 과반수를 확보한 한나라당과 민주당, 제3세력으로 정국구도가 재편돼 정치권이 더욱 복잡한 함수 속에 놓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