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는 당초의 우려대로 혼탁과 과열,비방전으로 점철됐다. 6개월 남은 대선을 너무 의식한 각당 지도부가 혼탁선거를 주도해 풀뿌리 민주주의 지방선거의 취지를 퇴색시켰다. 선거과정에서 난무한 무차별적 의혹제기와 폭로,흑색선전은 선거 후 법정소송을 통한 당선무효,중도사퇴 등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정책대결 실종=선거전에 돌입하면서 "정책대결로 가겠다"던 각 당 지도부의 다짐은 헛구호였음이 확연히 드러났다. 핵심 당직자들 조차도 "상대방 비방전략이 정책 대결보다 5배 이상 효과적으로 먹혀든다"는 얘기를 공공연히 할 정도다. 상대당 정책공약집을 놓고 '엉터리 공약'공방을 벌이는 꼴불견도 재연됐다. 민주당 박병윤 정책위 의장은 "한나라당 공약을 실천할 경우 국가재정파탄은 불을 보듯 훤하다"고 꼬집었으며,한나라당 남경필 대변인은 "97년 대선공약의 재탕이 대부분"이라며 폄하했다. ◆비방·폭로전 난무=선거운동 개시와 동시에 민주당 서울시 선대본부측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의료보험료 축소납부 의혹 시리즈를 터뜨렸다. 이어 인천시장 선거에서 박상은 후보는 안상수 후보의 병역기피,룸살롱경영 등 4대 의혹을,부산에선 한이헌 후보가 안상영 후보의 성폭행 의혹까지 들고 나왔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측 후보들이 법적대응하거나 반박광고를 싣는 등 선거 막판까지 이를 둘러싼 공방으로 선거판이 얼룩졌다. ◆대선전초전으로 격하="당대당 대결구도로 가고 싶어 가는 게 아니다. 상황이 그렇다."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말이다. 지역일꾼을 뽑는 지방선거가 대통령 후보를 뽑는 대선예비전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비판이 무성하다. 여기에는 각 당 대선후보가 지원유세란 명목으로 접전지역을 순회하며 외친 '부패정권심판론'과 '부패인물심판론'이 주범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