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가 불과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는 현 정권의 임기말에 치러진다는 점에서 '김대중 정부 5년'의 공과를 평가한다는 의미가 크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6개월 후에는 차기 대통령을 뽑는 대선이 있어 이의 전초전적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 선거 결과에 따라선 잠룡들이 깨어나고 국회의원들이 성향을 따라 이합집산하는 정계개편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때문에 각 정당과 소속 후보는 승리를 위해 역대 어느 선거 못지않게 사력을 다해 치열한 득표전을 펼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핵심 포인트들을 짚어 본다. 서울시장 선거는 대선 전초전=민주당 한화갑 대표는 11일 "우리의 관심은 수도권"이라고 솔직히 털어놨다. 영남권 1석 확보를 위해 이 지역에 상주하다시피 하던 노무현 대통령 후보도 지난 주말부터 수도권으로 키를 돌렸다. 지역색이 상대적으로 엷은 수도권 승리가 갖는 상징성을 대변하는 대목이다. 특히 서울지역의 유권자수는 전체의 22%를 차지하는 7백66만5천명에 달한다. 서울시장 선거가 오는 12월 대통령 선거의 전초전적 성격을 띨 수밖에 없는 현실적 이유다. 한나라당은 지난 94년과 98년 지방선거에서 한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따라서 한나라당이 승리할 경우 노풍(盧風)으로 추락했던 "이회창 대세론"을 다시 일으켜 대선정국에서 주도권을 장악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반해 민주당이 승리하면 다른 지역 선거결과에 관계없이 "체면치레"는 할 수 있다. 또 최근 가라앉고 있는 노풍을 재점화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하는 등 연말 대선에 한가닥 기대를 걸 수 있게된다. 지난 두차례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완승했던 서울지역 25개 구청장 선거결과도 관심거리다. 40대 표심이 캐스팅보트=40대의 투표성향이 이번 지방선거의 캐스팅보트로 작용할 전망이다. 얼마전까지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 40대가 정치적으로 가장 "흔들리는" 세대로 분석됐다. 노풍이 거세게 몰아칠 때 이들의 노후보 지지율은 50%대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노풍이 가라앉으면서 이들도 움직이기 시작,최근에는 이회창 후보쪽으로 기울고 있다. 20,30대가 민주당과 노 후보를,50대 이상이 한나라당과 이 후보에 대한 지지세를 뚜렷이 드러낸 점을 감안하면 부동표가 많은 40대의 투표성향이 이번 선거의 향배를 결정짓는 최대 변수임에 틀림없다. 유권자 분포에서도 40대의 위력을 알 수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40대 유권자는 전체의 22.1%에 해당된다. 물론 20대(23.8%)와 30대(25.6%)보다는 적지만 상대적으로 이들의 투표율이 낮아 막강 파워군단으로 손색이 없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과거 보수층으로만 분류됐던 40대가 지금은 보수와 개혁이 혼재해 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일자리와 교육문제 등 40대와 직결된 공약들을 대거 쏟아내고 있으며,민주당은 지난 10일 "6.10 민주항쟁" 15주년을 맞아 "민주화항쟁 주역들과 붉은 악마와의 만남"행사를 갖는 등 "넥타이부대" 환심사기에 진력했다. 영남에서 노풍 살아날까=노풍의 영남상륙 작전이 불발로 그칠 공산이 커지고 있다. 특히 노 후보가 승부처로 삼은 부산의 경우 한이헌 시장후보 지지율이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 후보가 부산민심에 호소하고 나섰지만 득표로 연결될지는 극히 미지수라는게 중론이다. 이에 따라 관심은 민주당 후보의 당선여부 보다 득표율에 몰리고 있다. 민주당도 내부적으론 득표율 제고쪽으로 목표를 수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 후보가 40% 가까이 득표할 경우 지방선거후에 노풍이 재점화될 여지는 충분하다. 노풍의 퇴조는 YS-DJ지지세력 재결합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민주대화합론'의 퇴색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특히 YS의 노 후보 지지여부는 지방선거 결과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한편 민주당이 영남지방에서 1석의 광역단체장도 못건질 경우 어떤 형태로든 인책론이 제기될 전망이다. "재신임을 묻겠다"고 약속한 노 후보의 경우 '대안부재론'으로 후폭풍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은 반면,한화갑 대표 등 당직자들에 대한 책임론은 당내 분란으로 까지 발전할 소지가 높다. 충청권의 향배는=자민련이 창당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해있다. 이원종 충북도지사가 탈당,한나라당 후보로 나선데다 대전시장 선거마저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는 등 '충청=자민련 텃밭'이란 등식이 무색할 정도다. JP의 당장악력은 거의 한계에 달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대전시장 선거결과가 한나라당 승리로 나타날 경우 자민련은 소속 의원들의 탈당 가능성 등으로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반사적으로 한나라당과 이회창 후보는 지난 97년 대선 실패의 주원인이었던 'DJP공조'의 기반을 완전히 허물고 연말 대선정국에서 '영남+충청'이라는 득표기반을 갖출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자민련이 최소한 대전시장과 충남지사 두석의 수성에 성공할 경우 얘기가 달라진다. 자민련은 이미 '4자연대론'을 공식 선언한 바 있다. 따라서 충청권의 지지를 바탕으로 이인제 의원 등 민주당내 충청권 의원들과 미래연합의 박근혜,무소속 정몽준 의원간 연대를 통한 '제3후보' 논의에서 중심축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