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필리핀에서 실종됐던 주 필리핀대사관 정영호(鄭永浩.47) 3등 서기관이 숨진 채 발견됐다고 외교통상부가 10일 밝혔다. 한국 외교관이 해외에서 교통.항공 사고로 사망한 적은 있지만 현지에서 피살된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마닐라 주재 한국대사관 직원들과 현지 가족들은 이날 오후 4시께 정씨 실종 사건을 수사 중인 필리핀 관계당국의 연락을 받고 시신을 확인했다. 필리핀 당국은 정씨가 실종 직후인 7일 오전 5시께 마닐라 지역 퀘손시에서 행인에 의해 발견돼 인근 장의사로 옮겨졌으며 같은 날 새벽 현지 약물강도 범죄조직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정씨의 사망이 확인됨에 따라 외교부는 정씨의 동생 등 서울에 거주하는 유가족들이 필리핀으로 갈 수 있도록 항공편을 예약하는 동시에 여권 발급 등의 조치를 취했으며 앞으로 장례 문제를 유가족과 협의, 지원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 가족들과 협의해 시신을 부검, 정확한 사인을 철저히 규명한 후 범인을 조속히 검거할 수 있도록 필리핀 관계당국과 협조해 나가기로 했다고 외교부 관계자는말했다. 그는 이어 "필리핀 정부에 유사한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우리 공관원과 교민의 신변안전을 위해 교민 밀집지역에 대한 경비 등 안전대책을 강화해 줄 것을 요청했다"며 "전체 재외공관에도 교민.공관원 안전강화 전문을 내보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숨진 정씨는 지난 6일 저녁 근무를 마친 후 현지에서 사업을 하는 친구와 저녁식사를 한 뒤 외국계 은행 차장이라고 밝힌 필리핀인과 동행하다 같은 날 밤 10시30분께 실종됐으며, 마닐라주재 한국대사관측은 이튿 날 현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한편 정씨는 84년 외교 분야 업무를 시작해 카메룬 대사관 외신관, 불가리아 대사관 3등서기관 등을 지냈으며 2000년 2월부터 필리핀 주재 한국 대사관에서 일해왔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훈.심규석기자 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