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폴란드전 압승으로 월드컵 16강 진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정치권에서도 '히딩크 신드롬'이 만개하고 있다. 히딩크식 선수 관리방법과 전략, 지연.학연 배제 원칙 등이 정치권의 새로운 화두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방선거 유세에서 각 후보는 물론 지원 유세단도 `히딩크론'을 내세워 표밭갈이를 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저마다 `히딩크 역'을 자임하며 `히딩크 이미지' 차용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는 6일 충청권 유세에서 "우리 축구의 선전에는 선수들의 실력을 100%, 200% 발휘토록 한 히딩크 감독의 지도력이 큰 힘을 발휘했다"며 "국민의 힘을 결집시켜 폭발력을 발휘하는데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청원(徐淸源) 대표도 "한나라당이 히딩크호의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지방선거에서 승리, 부패정권에 절망하고 있는 국민에게 새로운 용기와 희망을 줘야 한다"고 히딩크식 희망론을 역설하고 있다.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 역시 각종 연설회에서 "감독과 선수가 똘똘뭉쳐 월드컵 첫승의 쾌거를 이뤄냈다"면서 "이제 분열의 시대를 보내고 통합의 시대를 열어나가자"고 역설하고 있다. 한화갑(韓和甲) 대표는 이날 제주도지부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히딩크 신드롬이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곳에 파급돼 각 부문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이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한국 축구가 이긴 것은 선수 선발에서 속된 말로 연고나 빽을 갖고 한 것이 아니라 철저히 개인능력 위주로 했기 때문"이라며 "자기 사람이라고 능력이 없어도 자리를 주면 손해라는 인식이 히딩크 신드롬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민석(金民錫) 서울시장 후보는 "낡은 지역주의와 학벌주의를 끝내고 실력을따지는 노무현 후보야말로 한국정치에 `히딩크 혁명'을 일으킬 사람"이라며 "나는중산층과 어려운 사람, 노년층과 장년층을 엮어내는 서울의 `홍명보'가 되겠다"고다짐했다. 이에 맞서 한나라당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후보는 "히딩크라는 노련한 지도자를 만나 한국팀이 강팀이 됐듯 서울에도 경험있고 노련한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적극적인 히딩크 인용에 나서고 있다. 이밖에 민주당 한이헌(韓利憲) 부산시장후보는 "히딩크 감독이 한국의 축구를업그레이드시켜 세계무대에 알렸듯 `히딩크 부산(He Thinks Busan)', 한이헌은 `업그레이드 부산'의 메신저가 되겠다"고 약속했고, 충북 음성군수선거 유세에선 한 무소속 후보가 "강력한 지도력을 갖춘 히딩크 감독 때문에 월드컵 사상 첫 승리를 했듯 강력한 군수가 나와야 음성의 미래가 보장된다"며 히딩크 역을 자임하는 등 히딩크 열풍이 곳곳에서 만발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욱기자 hj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