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가 요즘 시장을 찾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 지난달 30일 부산 자갈치시장,4일 마산 어시장에 이어 6일에는 서울 남대문시장을 누비고 다녔다. 얼핏 생각하면 선거철이어서 유권자가 많은 장소인 시장을 방문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이같이 평범한 그림이 노 후보에게는 '파격'이다. 노 후보가 가장 혐오하는 것중 하나가 언론에 비치기 위해 '시장가서 사진찍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종의 '결벽증'이다. 그런 노 후보가 "언론을 통해 서민과 호흡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그리 나쁠 게 없지 않느냐"는 보좌진의 건의를 수용한 것이다. 노 후보가 두드러지게 변신한 것은 상당한 격식을 갖추고 행사에 참석하는 모습이다. 요즘에는 유세장에 나타날때면 비서진과 경호진은 기본이고 고참 의원 서넛은 꼭 대동한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단촐한' 행보를 보이기를 고집해왔던 것과는 판이한 모습이다. "유권자들은 제가 혼자 다니니까 정치적 위치가 최고로 높아졌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게 노 후보가 직접 밝힌 이유다. 노 후보는 "당분간 제 스타일을 버리고 다소 권위적인 모습을 보이기로 했다"며 "공항에 마중도 나와달라"는 주문도 빠뜨리지 않았다. 노무현 후보에게는 이처럼 당연하게 여겨지는 행보를 보이는 것 자체가 달라진 모습이 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 4일 경남도지부 후원회가 열렸던 창원에선 한 의원이 "노 후보가 호텔 로비에 홀로 앉아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여전히 소홀한 의전을 지적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