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폴란드간 월드컵 경기가 벌어진 4일 저녁 부산에선 한나라당과 민주당간 치열한 장외 응원대결이 펼쳐졌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부산 경남지역에서 지원유세를 마친 뒤 각기 부산역 광장과 해운대 백사장에서 각각 한국팀을 응원했다. 그러나 이날 응원장소를 놓고 양 진영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노 후보가 응원장소를 당초 부산 월드컵구장 안에 잡았다가 부산역 광장으로 바꾸자 이 후보가 부산역 광장에서 해운대로 응원장소를 옮겨 '세대결'을 피했다. ◆응원전=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한국이 폴란드를 2-0으로 꺾고 승리하자 "국민이 힘을 하나로 모으면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증명하는 경기였다"며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노 후보는 이날 부산역 광장에서 시민 3천여명과 함께 대형 전광판을 통해 경기를 관전하며 한국팀이 선전할 때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했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한국팀의 골에 대해 "축구가 국민으로 하여금 화합하고 확실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 후보는 이날 해운대 백사장에서 부산출신 의원 및 당원들과 함께 '붉은 악마'를 상징하는 붉은색 점퍼차림으로 시민들과 함께 무대에 설치된 대형 멀티비전을 보며 응원했다. ◆신경전=당초 예상됐던 이회창-노무현 후보간 부산역 응원대결은 성사되지 못했다. 이회창 후보측이 노무현 후보진영과의 접촉을 피해 응원장소를 변경했기 때문이다. 노 후보는 이날 아침 "정치인은 때로는 경쟁하고 싸우더라도 국가적 대사 앞에서는 마음을 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응원장소를 이 후보가 있는 부산역으로 택했다"며 장소변경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측은 "자신의 사조직과 다름없는 노사모 회원들에게 월드컵경기에 까지 총동원령을 내려 건전한 스포츠를 정쟁의 장으로 활용하려는 노 후보측의 꼼수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비난하며 응원장소를 해운대 백사장으로 바꿨다. 이같은 신경전은 노 후보측은 두 후보가 한자리에 있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이-노 구도'를 유권자에 부각시키려 한 반면 이 후보측은 이를 피하려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부산=김병일·김동욱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