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중앙홀에서 의원과 국회사무처 직원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31일 개최된 제54주년 국회 개원기념식은 월드컵이라는국가적 행사속에서 후반기 원구성 실패로 의장도 없이 침울한 분위기속에서 거행돼 '식물국회'를 실감케 했다. 참석한 의원도 이만섭(李萬燮) 전 국회의장과 김종호(金宗鎬) 김종하(金鍾河)전 부의장, 한나라당 서청원(徐淸源) 대표,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대표 등을 포함,30명이 채 안돼 준비해둔 자리의 절반이상이 비었다. 이 전 의장도 이같은 분위기를 의식한 듯 기념사에서 "저는 국회개원을 기념하는 오늘 이 순간 감히 국민과 선배의원 앞에 고개를 들 수가 없다"면서 "여야가 당리당략과 기싸움으로 아직 후반기 원구성을 못한 것은 국회가 스스로 법을 어기는것이며 국민을 모독하는 행위인 만큼 지금 당장이라도 국회법에 따라 자유투표로 의장을 선출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또 "오늘 저는 직전 의장으로서 이 자리에 섰다"면서 "이사람부터 깊이 반성한다"고 원고에도 없던 말로 후반기 원구성 실패에 대한 유감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이 전 의장은 그러나 지난 2년간 국회에서 통과된 법률안 수와 제출된 의원입법안 수를 13-15대 국회때와 비교하면서 "16대 국회 전반기는 과거 어느 국회보다 많은 일을 했다"면서 의장의 당적이탈 명문화, 자유투표제 도입 등의 성과를 제시하는일도 잊지 않았다. 참석자들은 이어 개원기념 축하떡을 자른 뒤 김종하 전 부의장의 건배제의로 기념식을 마쳤으나 모두 무거운 표정이었다. 한편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 총무와 민주당 정균환(鄭均桓) 총무는 기념식 직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원구성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협상을 가졌으나 서로 인사말도건네지 않는 등 냉랭한 관계를 여실히 보여줬다. (서울=연합뉴스) 이강원 민영규기자 youngky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