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자민련 총재가 3일 연속 충북을 누비고 다니면서 열정적인 유세전을 펴는 것에 대해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김 총재는 31일 이원종 한나라당 충북 지사 후보의 고향인 충북 제천에서 정당연설회를 갖고 자민련 후보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김 총재는 전날인 30일에도 진천과 충주에서 잇따라 정당연설회를 갖고 아예 충주에서 묵었다. 지난 29일에는 1시간 거리인 영동과 청주를 오가며 잇따라 정당연설회를 열고 하이닉스 반도체 청주공장을 방문해 노조 집행부와 간담회를 갖는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내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지방선거 전 김 총재 스스로 "선거가 시작되면 중앙당을 충북으로 옮겨놓겠다"고 약속했지만 선거 초반 김 총재의 충북 지원은 기대 이상이라는 것이 자민련 후보들의 대체적 평가이다. 김 총재가 이처럼 충북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물론 자민련의 외연 유지이다. 이번 선거에서 충북을 `사수'해야 만 충청권 대표 정당의 면모를 유지할 수 있으며 그래야 대선 정국과 맞물려 진행될 정계 개편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반대로 충북을 놓칠 경우 자민련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 김 총재로서는 '충북 지키기'에 정치적 승부수를 띄워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여있는 셈이다. 또 다른 이유로 꼽는 것이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바꿔 충북지사에 출마한 이 후보에 대한 `인간적 배신감'이다. 김 총재가 지난 3일간 충북에서 쏟아낸 말들을 종합해 보면 이 후보에 대한 그의 솔직한 속내를 엿볼 수 있다. 그는 지난 29일 영동 정당 연설회에서 "이 후보가 능력이 있는 줄 알고 충북지사로 받아들였으나 하자가 한두 개가 아니고 나중에 알고 보니 인간도 틀려먹었다"고 이 후보를 겨냥했다. 30일의 진천 정당연설회에서는 "한나라당에 간 것은 어떤 거래가 있었지 않느냐는 의혹을 떨쳐버릴 수 없다"고 이 후보의 부도덕성을 부각시켰고 급기야 31일 이후보의 고향인 제천에서는 이 후보를 `패륜아'로 규정했다. 그는 "새들도 둥지를 떠날 때는 뒤를 어지럽히지 않고 떠난다는 속담이 있는데 은혜 입었던 자리를 떠나면서 욕하는 사람이 인간이냐"며 "인류 3천만년에 변치 않는 것이 충성과 효도인데 이를 저버리는 사람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만큼 그런 패륜아는 자리에서 끌어내려야 한다"고 비난 강도를 높였다. 자민련 관계자는 "1997년 한나라당 대선 충북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인물을 받아들여 공천해 지사에 당선시켰는데 탈당하면서 한마디 양해도 구하지 않았고 오히려 '자민련이 해준 것이 뭐가 있느냐'고 칼을 겨누는 이 후보에게 느끼는 인간적 배신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김 총재의 심경을 전했다. "온갖 풍상을 다 겪은 김 총재가 `이렇게 뒤통수 맞은 것은 처음'이라는 말을 되뇌곤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청주=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