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단 임기종료일인 29일까지 후반기 원구성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의원만 있고 국회는 없는 식물국회' 상태가 초래되고 있다. 이만섭(李萬燮) 국회의장 등 의장단과 상임위원장단 임기가 이날로 끝나 원구성이 이뤄지지 않으면 국회는 임기 4년의 정보위원장과 임기가 없는 국회사무총장을제외하곤 모든 주요 직책이 공석이 되는 상태에 들어간다. 이에 따라 지난 6일 소집돼 개점휴업 상태가 계속된 국회는 원구성에 대한 각당의 입장 차이와 임박한 지방선거로 인해 공백상태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이며 각종민생현안의 처리도 차질을 빚게 될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국회법에 따라 `자유투표'를 통해 원구성을 한다는 방침아래 오후본회의를 열어 의장단 선출을 강행할 입장이나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본회의를 강행하면 `실력저지'도 불사한다는 방침이어서 원구성 전망은 불투명한 상태다.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 총무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8.8 재.보선' 이후까지 원구성을 미루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면서 "오늘 중 자유투표를 실시해 원구성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강경입장을 밝혔다. 특히 이 총무는 "민주당은 월드컵이 끝나고 정계개편을 한 뒤 원구성을 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오늘 오후 본회의를 열어 원구성을 완료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정균환(鄭均桓) 총무는 이날 인천시지부에서 열린 최고위원.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에서 "한나라당이 원구성을 위한 본회의를 강행하면 당분간 국회가공전되면서 후반기 국회 자체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정 총무는 "국가신인도와 직결된 예보채 차환동의안 처리도 해주지 않는 한나라당이 의장을 맡으면 민생현안 처리도 차질을 빚게 된다"면서 "국회를 선거운동장으로 만들려는 한나라당이 의장을 맡으면 국정개혁은 중단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본회의 강행을 위해 경기지사에 출마한 손학규(孫鶴圭),와병중인 김태호(金泰鎬) 의원까지 출석을 독려하는 한편 본회의 의결정족수 충족을위해 무소속 의원들과도 접촉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도 소속 의원들에게 의원회관에 대기해줄 것을 당부하면서 만일의 사태에대비해 중앙당 당직자 및 의원 보좌진에게 전원 대기령을 내려 놓은 상태다. 본회의가 열리기 위해선 재적의원 268명의 과반수인 135명의 출석이 필요하나한나라당 의석수가 132석에 그쳐 일단 본회의 개회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당적을 이탈한 이만섭 의장, 이한동(李漢東) 총리, 정몽준(鄭夢準) 박근혜(朴槿惠) 한승수(韓昇洙) 함석재(咸錫宰) 강숙자(姜淑子) 의원 등 무소속 의원 7명도 월드컵과 지역구 행사, 외국방문 등의 일정으로 대부분 참석하기 어려워 한나라당 자력으로 본회의를 열기는 어렵다. 한편 이날까지 원구성이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국회는 정보위원장과 사무총장만남는 사실상의 마비상태에 들어가게 된다. 이 경우 사채이자의 법정한도를 규정한 `대부업의 등록 및 금융이용과 보호에관한 법률(일명 사채업법)' 등 19개 민생법안 처리 지연이 불가피하고 국가신인도와직결된 예보채 차환동의안 처리도 미뤄질 수 밖에 없다. 아울러 국회의장의 공석으로 각종 법률안과 청원이 국회에 접수되더라도 해당상임위에 회부할 수 없게 되며, 당장 오는 31일로 예정된 국회 개원식과 이달 23일있을 튀니지 국회의장단 영접 등 대외행사도 차질을 빚게 된다. 특히 국가적인 주요 현안과 재난이 발생하더라도 소관 상임위 개회 자체 마저불가능해진다. 국회 관계자는 "원구성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의장단과 상임위원장단의 임기가 끝날 경우 국회의원 총선을 갓 치른 뒤 국회가 구성되지 않은 때와 유사한 상황이 오게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강원기자 gija00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