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동 국무총리가 23일로 취임 2돌을 맞는다. 다음달 지방선거 전까지 개각이 없다면 5공화국 이후 최장수 총리가 된다. 현재 최장수 총리인 강영훈 전 총리의 재임기간은 2년21일(1988년12월5일∼1990년12월26일)이었다. 이 총리의 장수비결은 정치인 출신이면서도 취임 초부터 의도적으로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민생 총리'를 자임해왔기 때문이다. 이 총리는 22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도 "앞으로도 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지방 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대중 대통령의 신임도 각별하다. 개각때마다 총리 교체설이 나왔지만 번번이 이 총리를 유임시켰다. 한때 김 대통령의 건강이 악화된 이후 이 총리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다. 앞으로 김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찮다. 우선 이 총리는 책임져야 할 업무는 꺼린다는 지적이다. 또 '단칼'이란 별명이 무색할 정도로 지나치게 '좌고우면(左顧右眄)'한다는 평가도 있다. 실제로 이 총리는 지난해 9월 민주당과 자민련의 공조가 무너진 뒤 1주일 가량 거취문제를 놓고 장고(長考)하는 바람에 혼란을 가져다 준 적도 있다. 이 총리의 앞길은 순탄할 것같지만은 않아 보인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야당이 중립내각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정국 돌파용으로 언제든지 전면 개각카드가 나올 수도 있다. 대권 주자의 꿈을 갖고 있는 이 총리가 이 때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