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셋째 아들 홍걸(弘傑)씨가 검찰에 출두한 16일 김대통령 내외와 청와대 관계자들은 침통하고 착잡한 분위기속에 빠져들었다. 특히 김 대통령과 부인 이희호(李姬鎬) 여사는 생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맛보면서 막내 아들이 법의 심판을 받기 위해 서울지검 청사로 들어서는 모습을 TV를 통해지켜봐야만 했다. 홍걸씨가 검찰에 출두한 오전 10시 정각 김 대통령과 이 여사는 관저에서 서로 다른 방에 머물러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김 대통령은 가랑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청와대 경내를 승용차로 이동, 오전 10시 30분 중소기업특별위원회의 업무보고를 받기 위해 본관 집무실로 자리를 옮겼다. 1시간 가량 업무보고를 받는 도중 김 대통령의 얼굴에는 간간이 어두운 그늘이 드러워지기도 했으나 김 대통령은 담담한 표정으로 평상심을 잃지 않았다고 청와대 관계자들이 전했다. 업무보고에 배석했던 김진표(金振杓) 정책기획수석은 "보통 때와 똑같이 보고를 받았으며, 지시 말씀도 힘차고 상세하게 했다"고 전했다. 다른 고위관계자도 "김 대통령은 차분한 심정으로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다"면서"이럴 때 일수록 국정에 소홀함이 없도록 잘 챙겨나가겠다는게 김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라고 말했다. 이어 김 대통령은 김 정책수석으로부터 10여분간 월드컵 준비상황을 보고받은뒤 오후에는 관저에 머물면서 국정 상황을 꼼꼼하게 챙겼다. 막내 아들을 각별히 아끼고 사랑했던 이희호 여사도 고통을 안으로 삭이면서 평상심을 잃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이 여사는 당초 이날 저녁 주한 미 상공회의소가 주최하는 실업 가정을 위한 후원회 밤 행사에 참석, 후원금을 전달할 예정이었으나 아침 일찍 주최측에 불참 통보를 했다. 박선숙(朴仙淑) 대변인은 "미 상공회의소측은 후원회 행사를 오는 18일 콘서트행사와 통합해 열기로 했다"면서 "콘서트에는 한덕수(韓悳洙) 경제수석이 이 여사를 대신해 참석해 후원금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이 여사는 하루종일 관저에 머물며 성경책을 보면서 김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아들의 건강 등을 위해 기도했다. 특히 이 여사는 홍걸씨가 검찰에 출두하는 모습을 TV를 통해 지켜보다 잠시 눈물을 흘리기도 했으나 곧 마음을 다잡고 오히려 비서진들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했다는 후문이다. 박지원(朴智元)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들도 평상시와 다름없이 담담한 분위기였으며, 특히 김진표 정책수석은 기자실에 들러 월드컵 준비상황을 브리핑하기도 했다. 박 실장 주재로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도 김 대통령이 흔들림없이 국정을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청와대가 적극적으로 보좌해야 한다는 다짐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박 실장은 홍걸씨의 검찰출두 장면을 지켜본뒤 기자들과 만나 "비서실과 사정정보기관이 대통령을 잘 보좌했더라면 이런 일이 없었을텐데 하는 참회록을 쓰는 기분으로 반성을 하면서 TV를 지켜봤다"고 말했다. 박선숙(朴仙淑) 대변인은 "김 대통령은 자제분과 주변 문제로 국민에게 걱정을 끼쳐드린 데 대해 국민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거듭 드린바 있다"면서 "대통령은 흔들림없이 국정에 전념하고 국정을 챙기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 직원들은 대부분 홍걸씨의 출두장면을 TV를 통해 지켜봤으며, 일부직원들은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재용기자 jj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