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후 처음으로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고향을 찾은 노무현(盧武鉉) 후보는 3일 몹시 설레고 감격스러워 보였다. 마을 도착 직후 그는 아들 건호, 딸 정연과 함께 부모의 선영을 찾아 참배부터 했다. 그는 "아버지, 어머니 제가 대통령 후보가 됐습니다. 열심히 해서 대통령이 되면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일하겠습니다"라고 인사했다. 기자들이 부모님에 대한 추억을 묻자 그는 "가난하게 살다 보니 살아가기 위해 발버둥을 쳤고 60이 넘어서도 고구마순을 길러 30-40리 떨어진 시장에 갖다 팔았다"면서 "고시에 합격하자 마을 어른들이 '아버지가 어질게 살아 잘된 것'이라는 얘기를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선영 참배후 수십명의 기자들과 진흙탕 길을 1㎞ 가량 걸으며 마을 구석구석을 소개했다. "저기 파란 지붕이 있는 곳에서 태어났는데 큰형이 대학 갈때 모두 팔아 그 옆에 감나무집에서 곁방 살이를 했다. 이 동네에서만 5번을 이사했다"면서 "저쪽 산어귀에서 오두막을 지어 고시공부를 했고 아버님이 '마옥당'이라고 이름을 지어주셨다. 이 둑길을 걸으며 아내와 데이트를 했었다"며 쉼없이 옛날 얘기를 했다. 그는 마을 뒷산인 '봉화산'을 가리키며 "낮으면서도 기암과 절벽이 조화롭게 배치돼 있고 올라가면 시야가 확 트여 있어 옛날 봉화가 있었던 곳"이라면서 "내가 장관이 됐을때 스님 한 분이 봉화산 정기를 받았기 때문이라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마을은 잔치 분위기 그대로 였다. 마을 초입부터 '노무현 대통령 후보 귀향 환영'이라고 쓰인 플래카드가 10여개 걸려 있었고 가랑비가 촉촉히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주민 100여명이 모두 길가에 나와 박수를 치며 노 후보를 맞았다. 노 후보 방문 소식을 듣고 멀리 부산과 마산 등지에서도 그의 동창과 친지들이 찾아왔다. 노 후보는 이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잘 있었나", "누님 오셨어요"라고 인사했고, 대부분 노인들인 마을 사람들은 "수고했다", "잘 하셨습니다"라고 후보 당선을 축하했다. 당초 30여개의 플래카드를 준비했지만 선관위측이 제동을 걸어 수를대폭 축소했다고 노 후보측 관계자는 전했다. 주민들은 200평 규모의 허름한 마을 농기구 보관창고에 산돼지 2마리를 잡고 안주를 마련해 막걸리로 축하연을 열었다. 노 후보는 축하연에서 마을 어른들에게 인사말을 통해 "한편으로는 대단히 자랑스럽고, 한편으로는 송구스럽고, 심경을 어떻게 표현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부인 권양숙(權良淑)씨는 "도저히 말을 잇지 못하겠다"고 울먹였다. 그는 이어 부산에서 차로 1시간 30분 거리의 경남 고성에 있는 장인 묘소를 참배했다. 경선기간 장인의 좌익전력 문제로 고충을 겪으면서도 '시대의 아픔'임을 호소하며 정면 돌파해온 만큼 앞으로도 이를 비켜가지 않겠다는 뜻이 배어있다. 노 후보는 이날 저녁 부산 파라곤 호텔에서 열린 정윤재 위원장(부산 사상) 후원회에 참석, "민주세력의 단합과 화해를 통해 한국정치의 지역대결 구도를 종식시키겠다"며 민주대연합의 당위성을 거듭 주장했다. (김해=연합뉴스) 김현재기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