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이 지난 2000년 4·13총선 당시 벤처 기업인들로부터 선거자금을 모집,정치인들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정치권에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2일 "국정원이 선거자금 조달창구 역할을 했다"며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고,민주당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무분별한 정치 공세의 중단을 촉구했다. ◆정권의 존망과 관련됐다=한나라당 박관용 총재 권한대행은 이날 특별 기자회견에서 "국정원이 지난 4·13총선 당시 거액자금을 뜯어내 여권 고위인사에게 전달한 사실이 드러나고 있으나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국정원이 옛날로 돌아가 정치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특히 일부 국정원 간부가 권력실세에 줄대고 정치자금을 제공했으며 야당파괴·음해공작에 나섰다는 제보가 속속 들어오고 있다"며 "민주당은 (정치자금)규모와 자금수수 의원 명단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남경필 대변인은 논평에서 "입만 열면 '안기부 자금이 한나라당에 들어갔다'고 주장하던 민주당이 뒤로는 나쁜 짓거리만 하고 있었다"며 "'진승현 게이트'는 단순한 벤처비리가 아닌 정권의 존망과 관련된 총체적 권력비리가 들어있는 전형적인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이어 △내각 총사퇴 △박지원 청와대비서실장과 신건 국정원장의 퇴진 △민주당 설훈 의원의 정계은퇴 △대통령 세아들 구속수사및 대통령 직접조사를 요구했다. 한나라당은 이를 위해 당내에 대통령일가 부정축재 진상조사특위를 운영해 조사 내용을 공개하기로 했으며 여권이 요구사항에 불응할 경우 전국 지구당별 규탄대회를 여는 등 대대적인 정권퇴진 운동으로 맞서기로 했다. ◆소설같은 얘기다=민주당은 야당의 공세에 대해 "무정부상태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냐"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날 열린 고위 당직자회의에서 박병윤 정책위의장,이낙연 기조위원장 등은 "아무리 정치공세라지만 너무 심한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99년12월까지 국정원장을 지낸 천용택 의원은 "국정원 내부구조를 전혀 모르고 하는 소설같은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는 "국정원은 옛날 안기부 때처럼 조직이 죽으라고 하면 죽을 수 있는 그런 조직이 아니다"며 "대명천지에 어떻게 기업에 손을 벌려 선거자금을 댈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4·13 총선 당시 사무총장으로 재직했던 김옥두 의원도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말이 안되는 소리"라며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김형배.김병일 기자 k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