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년을 혼자 살았는데. 나 집에 안갈꺼야. 어떻게 혼자 가요" 반세기 동안 수절하며 애타게 그려온 남편과의 사흘간 짧은 만남. 30일 작별상봉을 위해 금강산여관에 들어선 정귀업(75) 할머니는 여관 1층 로비에 서있던 북측남편 림한언(74) 할아버지를 보자마자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울기 시작했다. 눈물로 범벅이 된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며 림 할아버지는 "몸만 건강하라구. 통일의 그날까지만 기다려"하며 할머니를 꼭 안았다. 이제 다시 헤어져 얼굴을 잊어버리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정 할머니는 남측 적십자요원이 찍어준 즉석사진 두 장 가운데 한장을 건네며 자신을 기억할 것을 신신당부했다. "나 미워하지 말고 사진을 보며 내 생각해요. 나도 (당신) 보고싶으면 사진 볼꺼야"라며 정 할머니는 잠시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 여유도 잠시. 한시간도 채 안되는 작별상봉의 시간이 끝났다는 안내가 나오자, 정 할머니는 남편에게 "우리집으로 같이 가자"며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짧은 만남에 가슴 아파하는 이 부부는 북측 안내원이 할아버지를 여관 안으로데려가서야 마침내 힘든 이별을 할 수 있었다. (금강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