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가 후보확정과 함께 "민주세력의 단절된 역사복원"을 선언한데 대해 그 한축인 김영삼(金泳三.YS) 전 대통령측은 관심을 보이면서도 구체적 입장표명은 삼갔다. 대변인격인 한나라당 박종웅(朴鍾雄) 의원은 29일 "노 후보가 30일 YS를 방문키로 한 만큼 내일 회동을 지켜봐야 YS의 분명한 입장이 나올 것"이라며 "다만 상도동은 노 후보 주장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간의 회동이 임박한 만큼 YS가 노 후보의 주장을 직접 듣고 어떤 식으로든 평가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표면적인 분위기와는 달리 상도동측에서는 노무현 후보에 대한 호의적인 기류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22일 방일차 출국하면서 "노 후보는 내가 정치에 입문시켰다"고 의미를 부여한데 이어 일본 체류중 요미우리(讀賣)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차기대통령의 조건으로 '지역통합 대통령'을 제시한 것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노무현 후보가 후보확정 이후 재차 강조한 "지역분열의 정치 때문에 흩어진 개혁세력을 하나로 뭉치겠다"는 점과 같은 맥락의 발언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달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당시 총재측이 상도동 방문의사를 타진했을 때 매몰차게 거절했던 YS가 노무현 후보가 29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방문에이어 30일 자신을 찾기로 한데 대해 절차상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은 점도 주목된다. 그러나 이런 우호적 분위기 속에서도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YS의 뿌리깊은 `반감'을 들어 김 전 대통령이 쉽사리 노무현 후보의 손을 들어주지는 않을 것이라는관측도 만만치 않다. 박종웅 의원이 "YS는 DJ에 대해 `불행한 대통령이 될 것이다. 다시 손잡는 일은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점 때문이다.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가 지역경선 연설을 통해 "노무현 후보는 DJ의 적자"라는 점을 집중 부각하고, 서청원(徐淸源) 의원 등 구 민주계 출신 인사들을 중심으로YS에게 지속적으로 공을 들이는 것도 `양김'간의 틈새를 파고들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박종웅 의원은 "YS가 DJ와 손을 잡지 않는다고 했지만 노 후보가 말하는 신민주대연합론은 YS와 DJ 두 사람이 당장 손잡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해 현단계에서 상도동측이 노무현 후보에 적지 않은 호감을 갖고 있음을 내비쳤다. (서울=연합뉴스) 최이락기자 choina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