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후보가 후보수락연설에서 밝힌 집권시 국정운영 청사진은 `개혁'과 `통합'이라는 키워드로 압축된다. 국민의 정부 개혁 노선을 계승 보완하면서 더욱 강력한 개혁을 추구하는 동시에 지역분열과 빈부격차, 노사대립 등 각종 사회적 분열을 극복, 통합시키는 일에 매진할 것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그는 특히 "지역분열의 정치때문에 이리저리 흩어진 개혁세력을 하나로 뭉쳐내야 하며 이 역사적 과업을 꼭 해낼 것"이라고 강조, 자신의 신(新) 민주대연합론에 따른 정계개편 추진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노 후보는 연설 서두에서 "오늘의 승리는 절망감을 떨치고 희망을 선택한 우리국민 모두의 승리"라면서 이른바 `노풍(盧風)'을 일으킨 국민의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망과 변화를 향한 기대에 사의를 표하고 "노무현이 가는 길은 민주당이 가는 길이며 경선에 참여했던 여섯 동지들과 힘과 지혜를 모을 것이고, 새 당지도부와 굳게손잡을 것"이라며 당내 화합을 역설했다. ◇국정비전 = 그는 "이번 국민경선 과정에서 우리는 변화를 바라는 시대와 국민의 요구를 확인했다"며 "우리는 지금 개혁과 통합이라는 새로운 희망을 만났으며, 그 희망을 현실로 만드는 일이 남았다"고 천명했다. 이어 그는 "안정된 경제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국민의 정부가 추진했던 개혁작업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면서 ▲경제성장과 분배의 조화 ▲일자리 창출 ▲빈부격차 완화 ▲중산층과 서민의 생활안정 등을 제시했다. 또 "남북화해와 협력은 반드시 성공해야 하며 그 평화를 기초로 동북아의 평화질서를 완성시키고 새로운 국제시장을 개척, 우리나라를 아시아의 물류, 비즈니스중심국가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국정 3대과제 = 노 후보는 이같은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3대 국정운영 과제로 ▲정치개혁 ▲원칙과 신뢰 ▲국민통합을 꼽았다. 정치개혁과 관련, 노 후보는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루고, 공무원들의 권력 줄서기가 없어지고, 언론이 두려움없이 대통령과 정부를 비판하고, 시민들이 정보기관을 무서워 하지 않는 등 민주주의가 한차원 높아졌다"고 국민의 정부의 성과를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인사를 공정하게 철저한 능력위주로 해 특정지역이나 특정학교 출신이 권력을 독점하는 일은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어두운 권력문화를 청산해야 한다"며 "각종 게이트 사건은 특권의식과 반칙의 문화를 버리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규정, 실패의 측면도 함께 지적했다. 그는 특히 "아들, 친인척들이 주목받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권력문화가 바뀌어서 그럴 가능성이 많지 않지만 만의 하나 사고가 우려되니 확실하게 감시하는 제도를 만들어서 대책을 세우겠다"고 약속했다. `원칙과 신뢰'의 문제에 대해 노 후보는 우리사회의 기회주의, 연고주의, 정실주의 문화를 비판하고 "지도자가 반칙을 하는 나라, 국민이 지도자를 의심하는 나라는 절대 발전할 수 없다"면서 "대한민국을 업그레이드 하는 핵심전략은 원칙을 세우고 신뢰를 다지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국민통합'과 관련, 노 후보는 지난달 16일 광주 경선 결과에 대해 "그 위대한 결단은 국민 가슴속에 감동의 물결과 화합의 바람을 일으켰다"고 평가하고 "어떤 지역도 차별받지 않고 어느 지역도 소외당하는 일이 없도록 관행과 제도를 확실하게 바로잡겠다"고 지역통합의 정치를 강조했다. 그는 이와 함께 노사 대립이라는 사회적 분열도 핵심적인 통합과제로 제시하고 "갈등의 현장이 바로 정치의 현장이며 노사의 분쟁을 외면하는 대통령이 되지 않겠다"면서 "필요하면 직접 현장으로 달려가 노사화합을 이루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겸손한 대통령론 = 노 후보는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는 지도자'가 되겠다면서"여러분이 손을 내밀면 잡을 수 있는 곳에 있겠으며, 열린 자세로 일하는 민주적인리더십을 추구하겠다"고 `겸손한 대통령'이 될 것을 약속했다. 구체적으로 "때로는 비서, 공무원들과 가벼운 농담도 주고 받을 것", "경호원 한 두명과 남대문 시장에 자갈치 시장에, 동성로에, 금남로에, 은행동 거리에 모습을 나타내 시민들과 소주 한잔을 기울일 수 있는 대통령" 등 `따뜻한 대통령'이 될 것임을 다짐했다. ◇대선승리 정당성 = 노 후보는 연설 말미에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선경선 후보를 겨냥, "특권의식으로 똘똘 뭉친 사람, 입만 열면 지역분열을 부추기는 정치인, 권위주의에 빠진 제왕적 정치인, 남북한의 불신과 대결을 조장하고, 모든 변화를 거부하는 수구적 정치인에게 나라를 맡길 수 있느냐"면서 민주당이 대선에 승리하는 것이 "역사의 순리를 따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기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