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26일 홍걸씨 등 세 아들 문제와 관련해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사실상 대국민 사과를 했다. 박선숙(朴仙淑)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김 대통령은 자제들의 문제로 물의를 빚고 있는데 대해 국민에게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고 김 대통령은 지금 "침통한 심경"이라고 전했다. 김 대통령이 아들 문제에 대해 간접적인 방식으로 나마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대통령이 이처럼 아들 문제에 대해 언급한 것은 셋째 아들 홍걸씨 등과 관련한 여러가지 의혹이 검찰 수사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까지나 침묵을 지킬 수만은 없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김 대통령은 아들 문제가 거론되고 있는 것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는, 사실상의 대국민 사과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보인다. 김 대통령이 직접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간접적 방식으로 사과를 한 것은 `검찰수사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 대통령은 아들 문제에 대한 각종 의혹은 검찰수사를 통해서만 진위여부가 밝혀질 것이며, 검찰수사가 나오기 전까지 이 문제에 대해 직접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않다는 확고한 판단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의 독립을 위해 청와대 검사파견제 폐지 등 여러가지 가시적인 조치를 취했고 검찰 독립의 중요성을 여러차례 언급한 바 있는 김 대통령으로서는 아무리 아들문제라 할지라도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치는 언급을 하는 것은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박 대변인은 "(김 대통령은) 검찰이 조사중이기 때문에 조사결과를지켜보고 있다"면서 "조사결과에 따라 처리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김 대통령은 당분간 아들문제에 대한 검찰의 수사상황을 지켜보면서추후 적절한 입장표명 등을 검토해 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함께 김 대통령이 우회적인 방식으로 아들 문제에 대해 언급한 것은 흔들림없이 국정수행에 전념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기 위한 의미도 내포돼 있는 것으로보인다. 월드컵을 불과 한달가량 앞둔 상황에서 대통령의 아들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장기간 지속됨에 따라 국론이 분열되고 주가가 하락하는 등 대외신인도가 떨어질 조짐마저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변인이 이날 아들 문제에 대한 김 대통령의 심경을 전하면서 "김 대통령은월드컵, 경제, 남북관계, 공정한 선거관리 등 당면한 국정과제에 집중할 것"이라고밝힌 것은 이같은 맥락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김 대통령은 앞으로 월드컵과 경제 등 국정과제 수행에 전념하면서 아들문제에 대한 검찰의 수사결과를 의연하게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검찰수사 결과 아들들의 명백한 비리혐의가 드러날 경우 거기에 상응하는직접적인 입장표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통령이 대변인 명의로 심경을 피력하기까지는 박지원(朴智元) 청와대 비서실장의 조언이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한편 이날 청와대는 아침 일찍부터 수석비서관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 감지돼 '뭔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낳게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재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