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21일 경기지역 경선에서 정동영(鄭東泳)후보가 이른바 `노풍(盧風)'을 일으키며 선두를 질주해온 노무현(盧武鉉) 후보에 불의의 일격을 가하고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이 발생했다. 정 후보는 이로써 지금까지 15개 지역 경선가운데 처음으로 1위를 차지하는 영광을 안고, 득표율도 54.5%로 전북 33.5%와 부산 37.5%에 이어 최고기록을 세우는등 자신이 오매불망 외쳐온 `정풍(鄭風)'을 만들어내는 데 적어도 경기도에선 성공한 셈이다. 그러나 이날 투표율 20.9%에서 나온 개표 결과에 대해 `표심 왜곡'이라는 평가와 함께 TV의 개표방송을 지켜본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 "선거인단이 `멋을 부린다'`장난 아니냐'는 반응들도 나와 당내에서도 논란이 일 전망이다. ◇향후 경선 전망 = 경기경선 결과에도 불구, 노 후보는 이날까지 득표누계에서 1만2천221표(73.3%)를 확보, 4천462표(26.7%)의 정 후보를 7천759표차로 크게 앞서며 여전히 선두를 고수했다. 이에 따라 28일 마지막 경선지인 서울지역에서 최소한 50% 안팎의 투표율을 보이고 참여 선거인단의 거의 전부가 정 후보를 지지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노 후보의 당 대선후보 확정엔 변함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 선관위 관계자는 "서울지역의 경우 지방당부 소속이 아닌 전국대의원과 인터넷 투표까지 합쳐 모두 1만8천903명의 선거인단이 있기 때문에 이론적으론 역전 가능성이 있으나 현실적으론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노 후보가 정 후보에게 패배함에 따라 그동안 맹위를 떨쳐온 `노풍(盧風)'이 최소한 이미지면에서 다소 타격을 입는 것도 불가피해 보인다. 이에 따라 이인제(李仁濟) 의원의 후보사퇴 이후 이완된 모습을 보여온 노 후보측이 다시 분발하지 않을 수 없어 오는 28일의 마지막 경선대회인 서울지역 경선을 놓고 앞으로 1주일간 노, 정 두 후보간 경쟁이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 노 후보가 만의 하나 서울에서 다시 패배할 경우 비록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다고 해도 노풍은 심대한 타격을 받게될 것이기 때문이다. 노 후보측 관계자들은 이날 경선 결과에 대해 "예상밖"이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경기지역 경선에 대한 `방임'을 반성하면서 "서울지역에선 60% 이상 득표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것도 이같은 분위기를 보여준다. ◇이변 배경 = 정 후보의 1위 이변에 대해선 무엇보다 `경선 지킴이'를 자처하며 끝까지 경선을 끌고 가고 있는 정 후보의 감투정신에 대한 격려이자 보상이라고할 수 있다. 정 후보는 전날 실시된 부산 경선에서도 37.5%의 득표율을 보였다. 정 후보의 김현종 공보특보는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있는 정 후보에게 유권자가 표를 준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이날의 경선 결과는 이인제(李仁濟) 의원의 후보 사퇴로 노 후보가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상황에서 빚어진 각종 요인이 복합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노 후보는 개표 발표후 "경선에 대한 진지함이 떨어지면서 선거인단이 가벼운 마음으로 또다른 생각을 한 것 같다"며 "당원들이 이번 축제를 멋있게 해고자 하는 뜻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의 한 관계자는 "오늘 투표에 참여한 선거인단은 공모당원은 거의 없고 대부분 당원.대의원인데, 대의원 가운데 이인제 의원 지지 성향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투표율이 20%에 간신히 턱걸이한 상태에서 후보를 사퇴한 이인제 의원 지지표가정 후보쪽으로 갔다는 것. 이밖에도 노 후보측이 이인제 의원의 후보사퇴 이후 다소 나태.자만해진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노 후보가 부산 경선 유세에서 정 후보를 1등으로 만들어 달라고 말하는가 하면 이날 경기 경선 유세에서도 경기지사 주자중 진 념(陳 稔) 전 경제부총리만 자리에서 일으켜 세워 소개한 사실 등이 이를 방증한다는 것. 이와 함께 전날 저녁 경기도지부에서 각 지구당에 "노 후보가 지나치게 압도적으로 정 후보를 이기면 안 좋으니 정 후보에게도 표를 주는 것이 좋다"는 당부성 지시가 있었다는 미확인 소문도 나돌고 있다. (성남=연합뉴스) 김민철기자 minch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