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15일 전윤철 청와대 비서실장을 경제부총리에, 박지원 정책기획특보를 후임 비서실장에 각각 임명한 것은 집권후반기를 맞아 친정체제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국정운영의 안정성과 일관성을 유지하고 권력누수(레임덕) 현상을 막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기호 전 경제수석을 경제복지노동특보로 다시 불러들인 것은 퇴임하는 날까지 경제를 적극 챙기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기 위한 인사로 해석된다. 김 대통령이 전 실장을 경제부총리로 발탁하면서 이기호 전 수석을 재기용한 것은 집권후반기에 경제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여 안정성장의 기반을 다지는데 가장 역점을 두겠다는 정책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전 부총리는 이날 "경제현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미세한 부분까지 조정을 하겠으나 기본적인 정책방향은 앞으로도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말해 '경제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이같은 전 부총리의 발언은 국가 신인도와도 관련되어 있다는게 청와대측의 설명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국내외 투자자들이 '정치논리에 의한 경제정책의 왜곡 가능성'에 대해서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면서 경제개혁의 중심축에서 활동해온 전 부총리를 경제부총리에 임명한 배경을 설명했다. 박 특보를 비서실장에 기용한 것은 집권후반기 청와대의 국정조정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가 명실공히 탄탄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행정부내에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는 김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박 실장은 "애국심과 충성심을 발휘해 김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정치에 기웃거리는 직원은 청와대를 떠나도록 할것이며 대통령 비서실 직원들이 긴장감을 갖고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김 대통령이 정치권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박 실장을 중용한 것은 임기말 국정을 잘 마무리하기 위해 청와대에서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인물이 박 실장밖에 없다는 판단이 깔려있다"고 해석했다. 박 실장은 김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토대로 내각이 단결해 각종 개혁정책을 마무리하는데 주력할 인물이라는 얘기다. 박 실장도 "정치와 절연할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기호 특보를 재기용한 것은 임기말 국정에서 경제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각종 개혁정책을 추진하고도 임기말 금융위기로 모든 분야의 업적이 평가절하된 것을 교훈삼아 남은 임기동안 경제에 매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역풍도 예상된다. 한나라당이 박 특보의 임명을 "최악의 인사"라고 혹평,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김 대통령으로선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영근 기자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