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으면 죽는다"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의 돌풍에 밀려 '대세론'이 흔들리고 있는 한나라당이회창(李會昌) 후보가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이런 변신 시도는 작게는 권위주의적이고 엘리트적인 색채를 지우는 것에서부터 크게는 확실한 이념좌표 정립에 이르기까지 다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우선 그동안 지방 출장때 승용차 편으로 이동하던 방식을 탈피해 10일 인천지역방문부터 `버스투어'를 시작했다. 수행원들과의 거리를 좁히고 동행취재하는 보도진과 친밀감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복장도 양복 대신 점퍼를 자주 입고 식사도 서민이 많이 찾는 설렁탕집이나 젊은이들이 모이는 햄버거 또는 스파게티 집을 자주 찾고 있다. 빌라 파문으로 형성된 `귀족적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젊은 세대와 호흡할 수 있는 이미지를 형성하려는 포석이다. 참모진은 또 각종 행사 참석때 준비된 시나리오대로 진행하던 방식에서 벗어나이 후보가 자율적, 자발적인 대응을 하도록 유도, 현장 적응성을 높일 방침이다. 한 측근은 이에 대해 "이 후보를 온실속의 화초가 아니라 아스팔트에서 잡초처럼 살아날수 있도록 시민들과의 접촉을 과감하게 늘리도록 건의중이며, 이 후보도이를 적극 수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념적 좌표를 따뜻한 보수, 개혁적 보수로 정해 보수기조에 담겨있는 `수구적' `퇴영적' 이미지를 불식시키는 한편 보수대연합 보다는 국민대통합론을 강조하고 있다. 경선 캠프의 핵심 관계자는 "한국사회에서는 보수가 본래의 의미와는 달리 수구적 색채가 짙게 배어 있는 만큼 보수대연합론은 우리의 지지기반을 스스로 좁히는문제가 있다"면서 "건전보수와 합리적 진보 그리고 지역.계층.세대를 모두 통합시키는 국민대연합론을 주창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 특보는 "이후보 자신도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인식하고있으며 앞으로 `낮은데로 임한다'는 자세와 각오를 다져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는 "노풍은 기성 정치권에 식상해서 변화를 바라는 민심이 반영된것이나 당이 변화의 흐름을 전혀 읽지못하고 있다"(강삼재) "이 후보는 귀족이미지를 탈색하지 않으면 지지회복이 어려우며 뼈를 깎는 반성이 있어야 한다"(홍준표)며 이 후보의 `변신'에 채찍을 가하는 소리도 계속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안수훈 기자 a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