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과로와 위장장애 등으로 국군 서울지구병원에 입원하자 이희호(李姬鎬) 여사가 밤낮으로 병상을 지키며 김 대통령을 간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10일 "이 여사는 김 대통령이 입원한 9일 밤 8시40분께 부터 잠시도 김 대통령 곁을 떠나지 않고 김 대통령을 간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여사는 9일 밤에도 김 대통령의 병실에 보조침대를 갖다 놓고 밤을 새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지난 98년 4월 이 여사가 다리를 다쳤을 때는 김 대통령이 병상을 지키면서 이 여사를 극진히 간호한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0...김 대통령은 병원에 입원하면서 의료진을 제외한 비서진들은 병원에 남지않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통령은 또 정부 각 부처의 장관은 물론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에게도 문병을 오지 말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서울지구병원에는 허갑범 주치의와 장석일 청와대 의무실장 및 극소수의 의전비서실 직원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후문이다. 다만 전윤철(田允喆) 청와대 비서실장만 이날 아침 대표로 문병을 갔으나 때마침 김 대통령이 취침중이어서 그냥 돌아왔다. 전 실장은 아침 병원에 다녀온뒤 기자들을 만나 "아침에 병원에 갔더니 주무시고 계시더라"면서 "기본적으로 과로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 실장은 또 김 대통령의 일정표를 보여주면서 "이게 70대 노인이 소화해 낼 수 있는 일정이냐. 나도 일정을 소화하려면 입술이 마르는데..."라고 말해 일정 축소 필요성을 제기했다. 0...김 대통령은 9일 밤 숙면을 취한데다 10일 충분한 휴식시간을 가져 증세가 매우 호전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선숙(朴仙淑) 청와대 대변인은 "김 대통령은 오늘 아침 죽을 조금 드셨다"고 말했으며 장석일 의무실장은 "간밤에 잘 주무셨으며 바이털 사인(활력 징후)도 매우양호하다"고 말했다. 0...김 대통령은 병원에 입원해 있지만 내각과 청와대가 차질없이 업무를 챙기고 있고 보고라인도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기 때문에 국정수행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는게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박지원(朴智元) 정책특보는 "중요한 결재 사안이 있으면 병원에서도 결재를 하면된다"면서 "김 대통령은 어제도 두 차례나 뵈었지만 건강에 특별한 이상은 없으며 2∼3일 후면 괜찮아 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베트남을 방문중인 이한동(李漢東) 총리는 이날 오전 전윤철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대통령의 안부와 건강상태를 물어 왔다는 후문이다. 이 총리는 "크게 염려할 상태가 아니다"라는 말을 듣고 베트남과 중국 하이난섬 방문 일정을 예정대로 소화하기로 했다는 것. 0...김 대통령의 입원 소식이 전해지자 각계 원로와 시민들이 청와대로 전화를 걸어 김 대통령의 안부를 묻고 있다고 청와대 관계자들이 전했다. 박 특보는 "각계 원로들로부터 전화를 많이 받고 있다"면서 "오전에도 정대 조계종 총무원장, 한양원 민족종교협의회 회장 등으로부터 안부전화를 받았다"고 전했다. 0...청와대는 대통령의 건강에 약간이라도 이상이 생길 경우 이를 가감없이 언론에 알린다는 원칙에 따라 김 대통령의 '입원' 사실을 공개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지난달 31일 김 대통령이 왼쪽 허벅지 근육통으로 휠체어를 사용하게 되자 즉시이 사실을 공개했던 것이나, 98년 4월 이희호(李姬鎬) 여사가 다리를 다쳤을 때 즉각 언론에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과거 이승만, 윤보선, 박정희, 최규하,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등 전직대통령의 경우 재임중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고 발표한 사실이 전혀 없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대통령의 건강에 대해 정확하게 얘기하지 않으면 오히려 억측이 생기기 때문에 가감없이 언론에 공개한다"고 말했다. 0...김 대통령이 과로로 입원하게 된데는 빡빡한 일정속에서 임동원(林東源) 대통령 외교안보통일특보의 특사 방북 전까지 한반도 정세 안정을 위해 너무 노심초사한 것도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선 김 대통령이 전임 대통령들에 비해 4∼5배나 많은 공식일정을 소화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특히 김 대통령은 지난 1월 말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 이후 한반도 정세가 악화되자 2월 한미정상회담 준비 등으로 신경을 많이 써왔으며 이로인해그동안 피로가 누적돼왔다는 것. 한 관계자는 "김 대통령은 외국을 방문할 때도 역대 대통령에 비해 순방기간은 훨씬 짧게 잡는 반면 일정은 단 한나절의 휴식도 없이 빡빡하게 잡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재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