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인제(李仁濟) 후보가 10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 대한 직공을 하루만에 거두고 `음모론'과 `이념공세'도 중단하겠다고선언했다. 이 후보는 또 향후 경선을 순수한 포지티브 정책 대결로 이끌어 가겠다는 뜻을밝히면서 11일부터는 중단했던 전남 유세도 재개하기로 했다. 이른바 `김심(金心) 개입 의혹'을 정면으로 제기했던 이 후보측의 이같은 전격적인 입장 변화로 중대국면으로 치닫던 민주당 경선은 일단 위기를 넘기게 됐다. 이 후보의 입장선회는 노 후보와 김 대통령을 공격한데 대한 당 안팎의 곱지 않은 시선과 향후 정치적 입지 등을 다각적으로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 후보가 충주.제천 기자간담회에서 김 대통령에게 "지지후보를 밝히라"고 촉구하자 한 핵심 참모 조차도 "소총을 쏘다가 갑자기 대포를 날렸다"면서 "너무강경하게 나가면 반발이 거셀텐데.."라며 당혹스러워 했다. 9일 밤 이 후보의 자곡동 자택을 찾은 김기재(金杞載) 의원 등 측근 의원 6명도"김 대통령에 대한 직접 공격은 당 안팎의 역공을 맞을 수도 있다"면서 2시간 가량집중적인 설득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통령에 대한 공세를 계속할 경우 지지 의원들이 하나 둘 떠나가 버릴 수도있다는 위기감 역시 이 후보의 입장 선회에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DJ와의 결별-독자노선'이라는 전략적 행보를 취한다 해도, 민주당 소속으로 있으면서 지나치게 김 대통령과 각을 세울 경우 자신의 정치적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함께 그동안의 대(對) `노무현 공세'를 통해 할말은 다 했으며 자신의 중도개혁적 이미지를 국민에게 확실히 각인시켰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도 보인다. 그러나 이 후보가 정책대결로 입장 선회를 했다고 해서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의구심을 완전히 떨쳐 버린 것은 아닌 것 같다. 이 후보는 이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서도 "대통령은 경선에서 완전히 손을 떼야 한다"며 "대통령이 때가 되면 지지후보를 밝히겠다고 하지 않았나"라며 기존 주장을 되풀이 했다. 이같은 이 후보의 태도로 미뤄 일단 경선에서는 `승패에 연연하지 않는 깨끗한완주'를 택해 `음모론' 제기 등으로 형성된 `공격적' 이미지의 쇄신을 꾀하면서도향후 정치적 상황 변화에 따른 암중모색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는게 당 안팎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기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