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경선에 참여중인 이인제(李仁濟) 후보가 '연청 개입설' '노무현후보 DJ 꼭두각시론' 등을 제기한데 이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향해 `지지후보'를 밝힐 것을 요구, 그의 향후 행보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노 후보와의 전선을 청와대로 확대하겠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보이는 그의 일련의 발언들이 단순한 '차별화'를 넘어 `DJ와 결별-독자행보' 수순을 본격화하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9일 충주.제천지구당 연설에서 "김 대통령이 여러차례 때가 되면 누구를 지지하는지 밝히겠다고 말한 만큼 내심 누구를 지지하는지 밝히는 게 떳떳하며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면서 "노무현 고문을 지지한다면 이를 밝혀야 하며,그렇다고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곳곳에서 "김 대통령이 노 후보를 지지한다"는 의구심을 깔고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 전 대통령 등의 '상왕' 시도 실패 사례를 드는 등김 대통령을 직공하고 나섰다. 이 후보측은 그동안 공격의 과녁을 박지원(朴智元) 정책특보→김홍일(金弘一)의원으로 전환한 데 이어 이날은 사실상 김 대통령을 정면 겨냥했다. 그는 또 이번주 예정된 충북.전남 두 군데 경선 가운데 전남 경선 유세는 사실상 포기한 채 연고지역인 충북지역을 누비고 있다. 더 이상 표에 연연하지 않고 향후 행보를 위한 입지를 넓히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앞서 8일 이 후보는 김윤수(金允秀) 공보특보를 통해 "연청이 경선에 조직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며 "청와대가 설명하라"고 공개 요구했고 지난 5일 대구 유세에선"쓰레기가 있으면 다 청소하고 가야한다"며 친.인척 비리 척결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또 "본선에서 야당이 노무현 고문에 대해 `DJ 또는 호남 꼭두각시'라고 공격해올 것"이라며 "노 고문이 신지역주의에 기반한 영남후보론을 말하면서 영남의지지세를 말하고 있으나 실제 영남의 정서는 `반 DJ, 반 호남' 정서"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김 특보는 9일 기자간담회에서 "김 대통령의 개혁을 완수하려면 대통령의 뜻을 잘 따르는 후보를 밀어야 한다는 8일 공개된 연청 발언록은 `DJ 정권 연장의도'가 아니냐"고 `야당식' 표현을 했다가 `정권 연장의도'라는 말을 취소하고 "노후보가 DJ의 등에 업혀 있다"고 표현하는 등 의도적으로 보이는 `실언'도 감행했다. 당 주변에선 이 후보측의 이러한 일련의 언행뒤에는 김 대통령이 자신을 버렸다는 `음모론'과 `배신감'이 짙게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거취파동 이후 강력히 제기했던 음모론과 이념공세가 경선에서 먹혀들지않고 있고, 남은 경선에서도 역전 기대가 무망하다는 상황 판단에 따라 경선이후 자신의 독자행보를 위한 `명분쌓기'를 적극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의 한 측근도 이러한 분석에 대해 "NCND(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까지도 "내가 당을 떠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이번 경선에서 노 후보에게 패하는 순간 여러가지 선택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우선 노 후보가 당 대선 후보로 확정돼 실제 정계개편 추진에 나설 경우 노 후보와 노선투쟁을 하면서 잔류세력을 규합하거나, 6월 지방선거 이후 정치권의 이합집산 또는 후보교체론 등에 대비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반 DJ, 반 이회창'의 기치 아래 자민련, 박근혜(朴槿惠) 정몽준(鄭夢準) 의원 등 제 세력과 연합해 `중부권 신당' 창당을 위한 큰 그림 그리기에 착수한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후보는 10일께 기자회견을 갖고, 이념 및 언론관 논란에 대한 자신의 입장,`음모론'의 방증 등을 구체적으로 밝힐 계획이라고 김윤수 공보특보는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기자 kn0209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