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은 6일 발표된 공동보도문을 통해 오늘 28일 금강산에서 제4차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3차례의 이산가족 상봉이 서울과 평양을 동시에 오가며 진행됐던 것과달리 이번에는 북측 지역인 금강산 한곳에서 남북한 이산가족이 모두 모여 상봉하는것이다. 남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장소를 금강산으로 전격 합의한데는 무엇보다 오는 29일부터 평양에서 열릴 `아리랑축전'으로 인해 평양지역 호텔의 이용이 불가능해 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번 아리랑축전에 20만명 정도의 해외 관광객을 유치할 계획이다. 이같은 사정 외에도 북한은 그동안 이산가족 상봉장소를 금강산으로 할 것을 여러차례 주장해 왔다. 지난해 11월 제6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북한은 9.11테러사건에 따른 남측의 비상경계조치를 이유로 이산가족 교환방문을 금강산에서 갖자고 고집했었다. 또 남과 북은 이산가족 교류의 정례화를 위해 면회소 설치에는 뜻을 같이했으나장소를 놓고 남한은 판문점이나 경의선 연결지점을, 북한은 금강산을 각각 고집해합의도출에 번번이 실패해왔다. 이러던 것이 결국 북한의 아리랑축전이란 큰 변수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산가족상봉장소가 금강산으로 지정되게 된 셈이다. 어쨌든 북한이 금강산 상봉에 합의한 배경에는 북한 나름의 계산과 고민이 숨어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최근 난항을 겪고 있는 금강산관광을 활성화하려는 북한의 뜻이 내포돼 있다는 분석이다. 금강산을 인도주의로 대표되는 이산가족 상봉장소로 적극 활용해 이산가족을 비롯한 남한 관광객을 더많이 끌어들임으로써 남북경협과 남북간 인도주의 상징장소로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또 하나 이산가족의 상봉 장소가 금강산으로 정해짐으로써 북한 주민들을 서울에 보내지 않아도 된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 같다. 즉, 이산가족 상봉으로 인해 초래될 북한 주민들의 사상이완을 차단하려는 북측의 의도가 포함돼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전문가들과 탈북자들은 남한의 발전된 모습을 직접 보는 것만으로도 북한주민들의 의식변화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한은 이산가족 상봉을 순수 인도주의적인 성격으로 보고 있는데 반해 북측은정치적인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금까지 3차례 남쪽을 다녀간 북한 이산가족들은 대부분 광복 직후부터 6.25전쟁 중에 월북한 사람들로 북한에서는 나름대로 성공한 경우였다. 월북자 가운데서 성공한 사람들도 적지 않아 아직까지 상봉자 선발에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앞으로 횟수가 늘어갈수록 `믿을만한' 사람들이 적어져 대상자 선발에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산가족의 정례적인 상봉을 내심 꺼리고 있는 북한은 지금까지 남북관계 진전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이산가족 상봉을 합의해 왔다. 따라서 북한은 앞으로 이산가족 상봉의 장소를 금강산에 한정시키려 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 탈북자는 북한이 금강산을 장소로 택한데 대해 "장소에 연연하지 말고 어디서든 만나는 것이 중요하며 상봉을 지속하는 것이 북한에 있는 이산가족을 진짜 돕는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선영기자 chs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