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원 대통령 특사의 방북 이틀째인 4일 남북은 실무접촉을 갖고 한반도 위기 방지와 정체된 남북관계를 타개하기 위한 협의를 벌였다. 그러나 양측이 기존 입장을 되풀이해 합의점을 찾지 못한채 난항을 겪었다. 이날 접촉에는 남측에선 김보현 국정원 3차장이,북측에선 김완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 각각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뭘 논의했나=남측은 이날 북한의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를 거듭 촉구했다. 또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회담,경의선 연결 등을 위한 경협추진위원회와 군사당국자 회담 개최 등도 전날에 이어 재차 요구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한반도 위기책임론을 거듭 제기하면서 민족 공조 문제에 대한 우리측의 답변을 요구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접촉에서 남북은 진지하게 양측의 견해를 모두 털어놨다"며 "그러나 상호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할 때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방안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통일부 당국자는 앞으로 있을 실무접촉과 특사회담 등을 통해 양측간 이견을 좁힐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국자들은 또한 북측이 '민족공조 우선'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간 내부문제는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주적론 다시 거론=북한 조선중앙방송은 이날 특사회담을 보도하면서 "남측이 역사적인 평양상봉(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 주적론이라는 것이 더는 없을 것이라고 하고도 계속 그것을 제창하면서 전쟁 소동을 일으키는 데 대해 엄중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남측은 "주적이라는 표현의 문제가 아니라 남북간에 방대한 군사력이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현실이 중요하다"면서 남북간 국방장관회담을 개최,군사적 신뢰구축 토대를 조기에 마련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