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가 3일 민주당정권과 노무현(盧武鉉) 후보를 겨냥, '급진세력'과 '좌파정권'을 거론하며 본격적인 이념.색깔공세에 나섰다. 이 전 총재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대선출정식에서 "지금 급진세력이 좌파적인 정권을 연장하려 하고 있다"며 "이 정권은 잘한 일도 있지만 안정을 희구하는 국민 뜻과는 달리 좌파적 정책을 펼 때가 있었다"고 정면 비판했다. 그는 또 "나라의 개혁과 변화에는 여러 방법이 있을 수 있지만 진정한 변화를 바라는 국민 뜻과는 달리 잘못된 역사인식과 감각으로 너무 급진적으로 나라의 기본틀과 구조를 깰 수 있다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발언은 집권세력과 민주당을 폭넓게 겨냥하면서도 특히 최근 이념공방을 벌이고 있는 노무현 후보를 겨냥한 의도적인 발언으로 분석된다. 앞서 이 전 총재는 이날 오전 시내호텔에서 열린 고대 정경대 교우회 초청강연회에서도 "볼셰비키 혁명과 나치 출현 등은 당시 국민과 대중의 간절한 바람과 소망이 바탕이 됐으나 방향을 잘못잡아 역사를 오히려 거꾸로 가게하고 인류를 고통과 파괴로 가져오게 됐다"고 공격했다. 이 전 총재의 이같은 `색깔공세'는 일단 지지도에서 자신을 앞서고 있는 노고문의 `약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담겨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한 당직자는 "이 총재가 대선출정식의 `키워드'를 좌파적 정권 비판으로삼은 것은 향후 대선전략의 방향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말해 대대적인 색깔공세에나설 뜻을 시사했다. 나아가 향후 대선정국을 보혁구도 구도로 이끌고 정치권 재편까지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도 없지 않다. 영.호남 지역 구분없이 20,30대 젊은층의 노고문 지지세가 완연한 상황에서 향후 정치권을 보혁구도로 재편, 우리 사회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보수층을 흡수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정치권 주변에선 이 전 총재가 대대적인 색깔공세를 통해 당내 보수파 리더격인최병렬(崔秉烈) 의원의 `화두'를 선점하고 나아가 당내 보수파를 자신의 확실한 지지기반으로 되돌려 놓으려는 포석의 일환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어찌됐든 야당의 유력후보가 대선출정식의 첫 화두로 '이념과 색깔'을 문제삼았다는 것은 향후 대선정국의 흐름을 예단케하는 증좌로 봐야 한다는게 중론이다. (서울=연합뉴스) 조복래기자 cb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