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서 30일 열릴 예정이던 사카구치 지카라(坂口力) 일본 후생노동상과 김수학(金秀學) 북한 보건상과의 회담이 전격 중지됐다. 사카구치 후생상은 29일 총리관저를 찾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에게 "북한측이 준비부족을 이유로 재일 총련을 통해 회담연기를 요청해 왔다"고 보고했다. 사카구치 후생상은 이어 기자들에게 "북한측이 조용하게 만나길 원했던 것 같은데 보도가 너무 확대돼 곤란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북.일 양국은 30일 싱가포르에서 북한에 거주하고 있는 원폭 피해자 문제를 의제로 회담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일본 정부가 최근 발생한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쟁점화할 태세를 보인 것이 북한의 회담연기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북한의 이같은 태도에 대한 불만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카구치 후생상은 이날 오전 회담 연기 통보를 받기 직전에 가진 회견에서 이번 회담에서 북한의 `일본인 납치 의혹' 문제를 인권 및 인도 차원에서 거론, 해결을 요구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일 언론들은 북한의 회담 연기는 일본측이 싱가포르 회담에서 납치 문제를 거론하려는데 반발, 일본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지난 20일 북한 적십자사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일본인 납치 의혹과 관련한 행방불명자 조사와 이를 위한 북일 적십자 회담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었다. 북한측은 이어 지난 26일에는 적십자 회담 개최에 응하겠다고 밝히는 등 북일간협의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그러나 북한측의 이같은 자세는 일본인 납치 의혹은 `행방불명자' 문제로 어디까지나 적십자 회담을 통해 처리하겠으며 북일 수교 본회담 등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협의에 응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에서는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ksi@yonhapnews.net (도쿄=연합뉴스) 고승일특파원 ys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