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라이벌인 이인제(李仁濟)노무현(盧武鉉) 후보는 28일 전북지역 TV토론에서 음모론, 정계개편론, 정책이념 등을 놓고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날선 공방을 펼쳤다. 두 사람에 공방에 대해 정동영(鄭東泳) 후보는 "경선 분위기를 해친다"고 비판하며 틈새 표밭을 공략했다. ◇정책이념 논란 = 이 후보는 노 후보가 지난 88년 국회 대정부 질문과 89년 현대중공업 파업 현장에서 "노동자가 주인되는 세상을 만들자" "재벌일족의 주식을 매수해 노동자들에게 분배하자"고 주장했다며 관련 자료를 제시하고 노 후보의 '급진.과격' 노선을 따졌다. 이에 대해 노 후보는 "지금 내 생각과 같지 않다"고 추가 공세를 차단하면서 "당시 노동자들이 부당하게 억압받던 현실과 정부의 자의적인 재벌 재편정책에 대한비유적 상징 표현"이라고 받았다. 노 후보는 특히 "일부 수구, 극우언론과 한나라당이 써먹고 있고, 써먹었던 수법"이라면서 "나는 중도개혁주의와 개혁적 국민정당 등을 정강정책으로 내세운 민주당 노선에 가장 충실한 민주당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일부 언론의 정책노선 조사에 의하면 노 후보는 국민평균 지수인 4.5에 비해 많이 왼쪽으로 기운 1.5를 기록했다"며 "불법파업 현장에서 노동자대표가 국회에 나가서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 등을 한 것을 볼 때 노 후보의 노선은 `급진 좌'이며 계급의식을 고취하는 것이고 페론식"이라고 공세를 이어갔다. 정 후보는 "색깔론이나 좌우개념은 낡은 것"이라고 양측의 공방중단을 촉구하면서 자신의 온건개혁 노선을 부각시켰다. ◇정계개편.음모론 논란 = 이 후보는 "노 후보가 난데없이 후보를 내던지고라도 정개개편을 하겠다고 말한 것에 대해 매스컴 등에서 '일개 후보가 이런 말을 하는것을 볼 때 뭔가 배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파다하다는 것이지 우리측이 주장한 게 아니다"고 자신이 음모론을 제기한 것이 아니라고 부인하면서도 "그림자가 있으면 실체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 후보는 "오래전부터 지역구도를 정책구도로 바꾸자고 말해왔다"면서 '난데없는 주장'이라는 이 후보의 지적을 일축한 뒤 "음모론의 실체가 있느냐.증거를 대라"고 공박하고 "박지원 청와대 정책특보를 말하는데, 그분은 대통령의 일꾼일 뿐이니 대통령이 개입됐다는 것이냐. 그런 엄청난 주장을 하느냐"고 몰아붙였다. 정 후보는 "음모론은 그만 접었으면 좋겠고 국민경선이라는 정치혁명으로 가야한다"고 '중재'했으나 양측의 공방은 이어졌다. 이 후보는 또다시 모 신문 보도를 인용, 노 후보의 야당의원들과의 전화접촉 의혹을 제기하면서 "유종근 후보가 사퇴할 때 청와대 핵심실세의 협박을 받았다고 하는데 이것은 분명한 사실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노 후보는 "음모론은 모 신문 주필이 한 토론회에서 주장하고 이 후보가 말하고 야당에서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하고, 정계개편론에 대해선 "비전의 제시"라면서 "정계개편을 하게 되면 기득권이 문제가 될 수 있기에 포기할 수도 있다는 자세를 원칙적으로 말한 것"이라고 `후보포기' 발언을 해명했다. 정 후보가 "정계개편론 주장은 경선과정에서 적절하지 않고, 의원빼오기 등으로비쳐져 야당의 반발을 살 수 있으니 노 후보가 중단했으면 좋겠다"고 중재하자 노후보는 "공격하니까 설명하는 것인데 중단하라면 하겠다"고 말했다. ◇지역주의 논란 = 이 후보는 충청권의 몰표에 대해 "충청권에서 한번도 지역주의를 부채질하지 않았다. 여론조사에서 뒤지지 않았다"며 지역주의 투표논란을 비켜간 뒤 노 후보를 겨냥, "영남후보가 무엇이냐. 지역주의 부추기기다"라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영남과 호남에 색칠을 해놓은 지형도를 담아 영남의 높은 비중을 강조한 듯한 분위기를 풍기는 노 후보의 경선 홍보물을 꺼내들고는 "이게 지역주의를부채질하는 것 아니고 뭐냐"고 몰아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노 후보는 "나는 영남후보론을 굳이 내세우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이 후보의 지적에 "지역별, 성별, 연령별 성향을 분석하고 득표력을 분석해야 할 필요가있다. 그런 것도 없이 어떻게 대선본선을 치른단 말이냐"고 역공했다. 정 후보는 "광주의 선택은 위대했다. 지역주의를 뛰어넘을 수 있는 희망이었다"면서 "나는 전북의원으로 이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지만 내가 전북이니까 표달라고는말하지 않겠다"고만 밝혔다. ◇김대통령과의 관계 = 호남지역인 만큼 김 대통령과의 관계 문제를 염두에 둔듯한 후보들간 공방도 벌어졌다. 이 후보는 노 후보가 `원칙을 지켜왔다'고 강조하는 데 대한 반론의 사례로 "과거 김 대통령이 국민회의를 창당할 때 노 후보는 반역사적 야바위 정치라고 비난했다가 나중에 참여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노 후보는 "비난한 사실은 인정한다"면서도 "야바위라고 한痼?대통령을겨냥한 게 아니라 다른 의원 등을 향한 것이었다"고 해명한뒤 "그러나 고민 끝에 국민회의에 참여, 정권교체를 이뤘다. 3당 합당 참여와는 다른 차원"이라고 이 고문의3당 합당 참여를 역공했다. 두 사람의 공방 속에 정 후보도 이 후보를 거들어 "노 후보는 당시 김 대통령이당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국민회의에 참여했다는 말도 있다"고 노 후보를 추궁하자 노 후보는 "정권교체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아무 보장없이 들어왔다"고 답했다. 이 후보는 이어 3당 합당의 주역인 김영삼 전대통령과의 관계를 언급, "노 후보는 왜 김 전대통령에게 제스처를 보내느냐"고 공격했고 노 후보는 "지금은 아니다"며 양김 분열의 `아픈' 역사를 거론한뒤 "앞으로 보낼 의향은 있다"고 받아넘겼다. ◇막판 지지 호소 = 이 후보는 "나는 운명적으로 정권교체에 도움을 드렸고,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단 한석도 없었던 여러 지역에서 의석을 확보하는데 역할을했다"고 은근히 `보은론'을 내세운 뒤 자신의 의정활동, 노동장관, 경기지사, 대선후보 경력 등을 강조하며 지지를 당부했다. 노 후보는 "항상 정치신의를 지켜왔고 국민통합을 위해 노력해 왔다"면서 '신의론'을 강조한 뒤 "광주경선은 하나의 기적이었고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냈다"며 호남의 심장부인 '광주'의 선택이 자신이었음을 상기시켰다. 정 후보는 "내가 전북에서 살아나야 민주당도 살고 국민경선도 산다"면서 연고를 내세우고 "여기서 내가 발판을 마련하지 못하면 경선이 어떻게 될 지 모른다. 정동영을 살려달라"며 '경선지킴이' 역할을 지원해줄 것을 당부했다. (전주=연합뉴스) 고형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