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李會昌) 총재가 내분 수습책을 발표한 이후 한나라당내 갈등과 알력이 급속히 봉합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탈당을 검토했던 김덕룡(金德龍) 홍사덕(洪思德) 의원이 27일 잔류를 결정한 데다 소장파 의원들도 화합 목소리를 내는 등 그동안의 반목을 털어내는 분위기가 완연하다. 당내에선 이 총재가 어려운 결단을 내린 만큼 당전열을 재정비, 연말 대선을 위해 전력해야 한다는 화합론이 주조를 이루고 있다. 일각에선 박근혜(朴槿惠) 의원의복당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총재는 이날 당무회의에서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며 "이번 일을 교훈삼아 큰모습의 정치와 당의 비전을 그려나가도록 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자"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내주초 총재직 사퇴와 함께 대선후보 경선출마를 선언, 당을 대선후보 경선체제로 전환할 계획이다. 당무회의는 또 `5.10 전당대회' 때까지 당무를 관리할 `당의 화합과 발전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장에 박관용(朴寬用) 의원을 내정하는 등 당추스르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측근 3인방'을 둘러싼 논란도 당내 일각의 강경 주장에도 불구하고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측근 폐해론'을 제기한 최병렬(崔秉烈) 의원은 그 표적이었던 하순봉(河舜鳳)양정규(梁正圭) 의원에게 회동을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원을 삭이자는 화해의제스처다. 소장파 원내외위원장 모임인 미래연대의 이성헌(李性憲) 공동대표는 "우리가 특정해서 누구를 물러나라고 하는 것은 권한 밖의 일"이라며 "이 총재가 어려운 결정을 한 만큼 그분(측근)들이 알아서 거취를 결정하는 게 당을 위하는 길"이라고 공세강도를 낮췄다. 그러나 이같은 기류에도 불구, 내분의 불씨가 완전 소진된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측근 3인방'의 최고위원 경선 출마 여부를 놓고 논란이 재현될 소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순봉 김기배(金杞培) 의원 등은 경선에 출마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위원 경선전이 가열될 경우 측근 문제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게 당내 관측이다. 여기에 홍사덕 의원이 당잔류 의사를 밝힌 기자회견에서 대선후보 선출시기를늦추자는 입장을 밝혀 전대 시기와 방식 등을 둘러싼 논란이 있을 지도 주목된다. 이같은 견해에는 김홍신(金洪信) 의원을 비롯한 비주류 일부 의원이 가세하고 있다. 집단지도체제 도입에 대한 일부 중진 의원들의 반발도 무마해야할 과제로 남아있다. 이와함께 최고위원단이 구성되더라도 이 총재의 대선운동을 일사불란하게 지원할 수 있을 지, `노무현 돌풍'에 따라 이 총재의 지지도가 계속 침체될 경우 어떤상황이 야기될 지에 대해서도 의문후보가 따라 다닌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욱기자 hj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