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후보 경선포기를 숙고중인 이인제(李仁濟) 고문측이 26일 '음모론'을 거듭 제기하면서 노무현(盧武鉉) 후보측을 집중 공격하고 나섬에 따라 경선이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다. 이 후보측은 유종근 한화갑 김중권 후보의 사퇴가 '보이지 않는 손'에 따른 것이고 노 후보측 언론특보가 박지원(朴智元) 청와대 정책특보의 오른팔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노 후보의 고향이 전남 강진이라는 설에 대해 공개해명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이 후보측은 "후보는 영남후보, 당은 호남대표라는 식의 음모가 진행되고 있다"며 '신지역주의 음모론'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노 후보측은 "음모론은 국민경선과 새로운 정치의 희망을 짓밟는 일"이라며 즉각 중단할 것으로 촉구했고 거명된 한화갑 김중권 고문측도 "근거없는 주장"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이인제측 주장 = 김윤수(金允洙) 공보특보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김중권후보는 사이버 공간에서 사퇴압력을 많이 받았다"며 "사퇴이유는 노풍을 TK(대구.경북)에서도 불러일으키려는 보이지 않는 손의 의도"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유 지사의 성명서를 보면 2월27일 밤 11시30분에 박 특보가 자택으로 찾아와 사퇴압력을 넣었고, 사퇴 안하면 모종의 조치를 취한다고 내비쳤다"며 "박 특보는 나중에 이사와서 인사차 들렀다지만 너무 늦은 시간에 목발 짚고 찾아온 점, 40여분간 고성이 오간 점 등을 보면 박 특보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박 특보의 오른팔이라고 하는 유종필(柳鍾珌)씨가 노 후보의 대변인"이라며 지난해 1월 한빛청문회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유씨의 이름을 거명한 국회속기록 사본을 제시했다. 그는 이와함께 "노 후보는 전남 강진 출생으로 부모와 함께 김해로 왔다가 부산으로 옮겼다는 얘기가 의원회관 주변에서 돌고 있다"며 고향 문제를 공개 질의한뒤 "우리 캠프는 당은 호남 출신, 후보는 영남후보라는 신지역주의 음모론의 실체가 분명히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 후보측 윤재걸 특보도 "한화갑 고문과 유종근 지사가 지난 15일 광주 프리마콘티넨털 호텔에서 만나 식사를 같이 했고, 이 자리에서 한 고문이 '나도 동생문제로 내사를 당하고 있고 유 지사와 같은 입장'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후보측의 공세는 이날 오전 이 후보의 여의도 선거대책본부 사무실에서 있었던 캠프 소속 의원들의 대책회의에서 음모론이 거명되지 않았던 것과는 상당한 입장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김기재(金杞載) 경선대책위원장은 음모론에 대해 "증거가 확실히 나올 때까지는 선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고 이훈평(李訓平) 의원은 "표도 없는 유 지사가 무슨 대세에 영향을 미치며 한 고문이 방향을 전환할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예상했던 것"이라며 "음모론은 얘기가 안된다"고 말했다. ◇노무현측 반박 = 유종필 언론특보는 "음모론적 시각에서 보면 해가 뜨고 지는것도 모두 음모이고, 세상 만물이 다 음모로 보이는 법"이라며 "음모론은 국민과 당원에 대한 모독이며, 국민이 바라는 정치의 희망의 싹을 짓밟는 군화발과 같다"고 반박했다. 그는 자신과 박지원 특보와의 관계에 대해 "박 특보가 95년 국민회의 대변인을 할때 부대변인을 했고 청와대 공보수석 시절에는 정무 3비서관을 했다"며 "정권교체를 위해 함께 노력했지만 음모를 함께 할 입장은 아니며, 경선의 본질과 무관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빛청문회때 쉬고 있던 내가 박 특보를 도와준 일이 있지만, 비밀리에 한 일이 아니라 공개적으로 한 것"이라며 "박 특보는 올들어 경선전에 한번쯤 만난 것같다"고 말했다. 출생지 문제에 대해 노 후보는 "10대조 할아버지때부터 경남 김해에서 살아왔다"며 강진 출생설을 일축했다. 또 사퇴압력설과 관련해 거명된 한화갑 고문은 측근을 통해 "전혀 사실무근이고유 지사를 만나서 식사한 적이 없다"며 "다만 유 지사로부터 전화가 와서 신문에 난얘기(검찰 내사)를 하면서 도와달라고 해서 도와줄 수 있다면 도와주겠다고 했으나,기회도 역할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 측근은 "한 고문이 대단히 화가 나있으며 그런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김중권 고문측도 'TK에서 노풍을 일으키려는 음모'라는 이 후보측 주장에 "사실과 전혀 다르고 음모론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면서 "지역주의 우려에 대한 충정에서 사퇴했으며, 청와대나 그런 쪽에서 전화를 받은 일도 없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장전형(張全亨) 부대변인은 이 후보측 김윤수 특보의 발표에 "당을 깨려고 하는 것이냐"며 항의해 언쟁이 벌어지는 등 감정대립 양상을 빚기도 했다. 한편 이 후보측이 사퇴압력설의 증거로 제시한 유 지사측 성명서와 관련, 유 지사의 측근인 박영석 전 전북지사 비서실장은 "어제 포럼 회원 20여명이 그동안 들은 정보를 종합해서 작성한 것"이라며 "그중 유 지사 부인과 회원 3명이 유 지사와 박특보가 만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그러나 "유 지사의 의중과는 무관하게 회원들끼리 성명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고, 유 지사의 언론특보였던 고모씨는 "성명서 작성 주체인 '강한 한국을 위한 포럼'은 유 지사의 선거캠프였으나 이미 사무실이 폐쇄됐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