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의 진퇴를 놓고 중대기로에 서있는 이인제(李仁濟) 후보의 자택과 여의도 경선대책본부는 26일 '중대결심설'이 나도는 가운데 긴장감에 휩싸였다. ◇자택 표정 = 시내 자곡동 자택에서 뜬 눈으로 밤을 지샌 이 후보는 외부와의 접촉을 완전히 끊은채 각계의 지인들과 쉴새없이 통화를 하며 거취문제를 상의했다. 이 후보의 자택에는 부인 김은숙(金銀淑)씨 등 가족과 김창석 비서실장, 김충근 특보, 이창우 보좌관 등 핵심측근만 곁에 있었고, 창문에는 커튼이 내려져 30여명의 취재진들이 내부표정을 알 수 없었다. 이 후보는 측근인사들에게 "다들 충분히 의견을 들어보라. 나도 의견을 듣겠다"며 "국민이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 측근이 전했다. 이 측근은 `국민이 바라는 바'라는 말뜻에 대해 "나라가 급진적으로 가서는 안되고 온건하고 창조적인 중도로 가야 한다는 말로 해석하고 싶다"고 말했으나 `따로 당을 만든다는 뜻이냐'는 질문에는 "그 질문은 안 들은 것으로 하겠고, 논의할 바가아니다"고 일축했다. 이 측근은 또 "이 후보는 가족들과도 따로 떨어져 안방에서 전국에서 걸려오는 지지자들의 전화를 다 받고 있다"며 "전화내용은 꿋꿋하게 계속 나가야 한다는 의견과 더이상 놀림을 당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오전 한때 이 후보의 승용차가 어딘가로 출발하려다 다시 차고로 들어갔고, 한 측근은 "밖에 나가더라도 여의도로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결단을 앞둔 이 후보의 복잡한 심경을 엿보게 했다. ◇여의도 선거대책본부 = 오전 8시30분 경선본부 회의실에는 김기재(金杞載) 선대본부장, 안동선(安東善) 김명섭(金明燮) 이희규(李熙圭) 전용학(田溶鶴) 송영진(宋榮珍) 장성원(張誠源) 최영희(崔榮熙) 이용삼(李龍三) 홍재형(洪在馨) 이훈평(李訓平) 조재환(趙在煥) 정장선(鄭長善) 최용규(崔龍圭) 이근진(李根鎭) 김효석(金孝錫) 원유철(元裕哲) 의원 등 현역의원 20여명이 진로를 숙의했다. 신낙균(申樂均) 상임고문과 박범진(朴範珍) 전 의원, 염동렬 송천영 지구당위원장, 김부곤 특보 등 원외 측근인사들도 자리를 함께 했으나,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한채 석상처럼 굳은 얼굴이었다. 회의 참석자들은 사퇴를 만류하고 경선을 지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으나, 국민신당때부터 함께 해온 원외 특보들을 중심으로 "더 이상 상처를 입는 것보다 깨끗하게 정리하는 게 낫다"는 강경론도 만만치 않아 격론이 벌어졌다. 원유철 의원은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으며, 당과 나라를 위해 끝까지 뛰어야 한다"면서 "노무현의 실체를 벗겨야 한다"고 말했고, 정장선 의원도 "참석자의 대다수가 고(GO)하자는 의견"이라고 전했다. 김효석 의원도 "처절하게 맨몸을 끝까지 가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며 "국민경선제는 당과 국민을 위해서 성공시켜야 하며, 캠프도 해체하고 낮은 자세로 의연하게 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캠프 대변인인 전용학 의원은 "회의가 중요한게 아니라 후보의 마음이 중요하다"고 말해 이날 회의에서 확고한 방침이 정해지기 어렵다는 점을 밝혔다. 한 관계자는 "오늘은 아무 결론도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다른 관계자도"지인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은뒤 방향을 정할 것"이라며 이 후보의 장고(長考)가 길어질 것임을 시사했다. 전 의원은 "여기서 접는다면 패배를 깨끗이 인정할 것이고, 계속 간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큰 모습으로 나갈 것"이라며 "경선을 지속한다면 지금까지의 비효율적인 조직선거와는 달리 97년 대선때처럼 특유의 돌파력으로 국면을 타개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의 경선캠프에서는 "노무현(盧武鉉) 후보가 만약 본선에 나간다면 경선과정에서 악화된 충청 민심을 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영남에서 40% 이상 득표하지 못하면 패배할 수밖에 없다"는 `노무현 필패론' 또는 `영남후보 필패론'이 제기되는 등 상황 반전을 위한 모색도 이뤄졌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 전승현기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