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에서 이인제(李仁濟) 후보와 경쟁중인 노무현(盧武鉉) 후보는 26일 이 후보의 '중대 결심설'이 흘러나오자 촉각을 세웠다. 현재 경선전에서 선두를 달리면서 자신과 2강구도를 형성한 이 후보가 사퇴할 경우 경선 자체가 사실상 무산되는 결과가 되고 정동영(鄭東泳) 후보와 끝까지 승부를 겨루더라도 경선의 무게와 국민적 관심이 크게 줄어들 것이란 판단에서다. 노 후보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후보가 신중하게 판단할 것으로 본다"고 말해 국민적 관심을 고려해서라도 이 후보가 '현명한' 판단을 내려줄 것을 기대하는모습을 보였다. 그는 특히 "이 후보가 적어도 탈당, 불복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경선무산도 무산이지만 이 후보의 사퇴가 가져올 파장에 대해서도 관심을 쏟는 듯한 분위기를 풍겼다. 전날 노 후보측은 여러 채널을 통해 이 후보의 '의중'을 파악하느라 분주했고 이날도 다양한 루트를 통해 `중대결심설' 실체와 이 후보의 선택 가능성 등에 대한 각종 정보를 수집, 분석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노 후보 캠프는 일단 이 후보가 사퇴하지 않고 '사각의 링'에 계속 머물면서 노후보와 `진검승부'를 펼쳐주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그러나 최악의 시나리오로 이 후보가 사퇴하는 상황을 전제할 경우라도 남은 경선에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와 `대립각'을 세우며 높은 득표율로 바람몰이를 이어가 본선경쟁력을 높여나간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미국 경선을 보더라도 출발을 같이 한 후보들이 끝까지 같은 숫자로 남아있는게 아니라 중도에 많이 사퇴한다"면서 최악의 시나리오에도 개의치 않고`마이 웨이'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이 후보가 사퇴할 경우 경선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되면서 경선 무용론이 등장하고 '노 후보의 합의추대' 가능성도 제기될 것이므로 이에 대한 대비책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노 후보측은 "이 후보가 페어플레이를 하지않고 음모론을 지피면서 계속 갈 경우 경선은 축제분위기가 안되고 국민만 피곤해 진다"면서 이 후보가 잔류하더라도 축제분위기속에서 경선이 치러져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같은 입장은 이 후보의 중대결심설이나 음모론 제기 등으로 이미 상당정도 경선분위기가 망가졌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노 후보도 "축제분위기라는 게 인위적으로 살아나는 게 아니다. 경쟁의식을 갖고 해야된다"고 말해 이같은 캠프의 분위기를 대변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기자 k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