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청와대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간 회담은 양국 국민간에 응어리진 '과거사'를 극복하고 월드컵 공동 개최를 통해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도약하는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대통령은 이날 단독 및 확대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과거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하며 그 교훈 위에 미래지향적으로 전진해 나가야 한다"며 "이번 회담이 그러한 기틀을 확립한 회담으로 역사에 기록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두 정상은 또 양국이 '미래지향적 관계'로 나가는 길에 월드컵 공동 개최가 큰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두 사람은 그 일환으로 교역관세율을 '0%'로 하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추진키로 했다. 양국간 관세와 비관세 장벽을 완전 철폐하는 것이 그 목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양국 정부가 이날 서명한 '투자협정'이 FTA 체결의 전단계"라면서 "FTA 체결문제를 논의할 산.관.학(産官學) 연구포럼은 빠르면 상반기중 출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보기술(IT)과 돼지고기 수입재개, 상호 문화개방도 이번 정상회담의 주요 합의 사항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구제역 파동으로 중단됐던 한국산 돼지고기의 수입을 재개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김 대통령은 문화개방 의지로 화답했다. 김 대통령은 "한.일간의 특수한 관계 때문에 개방이 늦춰졌고, 또 지금까지는 점진적으로 행해졌다"면서 "그러나 문화는 원칙적으로 개방돼야 하고 문화 쇄국주의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양국간의 갈등요인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다. 7개항의 하나하나가 국익과 관련된 것이어서, 양국 당국자들이 협상과정에서 또다시 마찰을 빚을 소지는 남아 있다. 일본측이 역사교과서 왜곡과 신사참배문제 등에 대해서 어떻게 나오느냐가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결정짓는 관건인 셈이다. 김영근 기자 ygkim@hankyung.com